금융업 무관한 화학·유통 롯데계열사 출신 반복 선임하기도
금감원 지배구조 점검 정조준…'특정 주주 영향력' 배제 등 쇄신 주목

BNK금융지주가 사외이사 후보 추천 절차를 진행 중인 가운데 최대주주(지분율 10.67%)인 롯데그룹 퇴직 임원에게 집중됐던 이사회 의석 배분 관행이 변화를 맞이할지 주목된다. 특히 이사회 절반 이상을 주주추천 인사로 채우겠다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으면서 특정 주주를 위한 '전용석' 관행을 끊어내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은 오는 30일까지 주주들로부터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받는다.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6명의 교체·연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절차다. 특히 롯데그룹 추천 인사인 김남걸 사외이사(전 롯데캐피탈 본부장)의 거취와 함께, 약 4% 지분을 보유한 라이프자산운용이 예고한 추천 이사의 이사회 진입 여부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BNK금융 사업보고서를 보면 롯데그룹은 2011년 지주사 설립 이후 약 15년간 단 한 차례도 빠짐없이 그룹 출신 인사를 이사회에 진입시켜 왔다. 설립 초기에는 채정병 전 롯데쇼핑 사장(2011년), 이봉철 전 롯데쇼핑 부사장(2014년) 등 현직 임원이 비상임이사로 선임돼 경영에 직접 참여했다.
이 같은 인선 방식에 변화가 나타난 것은 2018년부터다. BNK금융은 현직 임원 대신 그룹 퇴직 임원을 사외이사로 추천하는 구조로 전환했다. 손광익 전 롯데쇼핑 시네마사업본부 대표(2018년), 박우신 전 롯데케미칼 부문장(2021년), 김남걸 이사(2024년)가 대표적이다.
BNK금융 측은 이러한 인선이 적법한 절차를 거친 결과라는 입장이다. BNK금융 관계자는 “롯데 측 인사의 선임은 주주 추천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자격 검증을 거친 통상적인 사례”라며 “내부 규정을 준수하며 이사회의 전문성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김남걸 이사는 금융감독원이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발표한 직후 금융 계열사 출신 전문가를 중용한 사례로, 이사회 금융 전문성을 보강하려는 취지였다는 설명이다. 롯데그룹과 BNK금융이 1980년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부산은행 지분 인수 이후 장기간 우호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대주주로서 정당한 주주권 행사라는 시각도 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특정 주주의 추천 경로가 장기간 고착화된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김 이사를 제외하면 과거 선임된 인사 상당수가 화학·유통 등 비금융 계열사 출신이었던 만큼, 이사회의 전문성 배분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다. 당국 역시 이사회가 특정 이해관계에 편중되지 않고 다양한 주주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금융당국의 점검도 본격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BNK금융을 포함한 8대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특별점검을 실시해, 모범관행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지와 특정 주주의 영향력이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 과도하게 작용하는지를 집중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BNK금융은 이러한 대내외적 지적을 의식해 15일 선제적인 이사회 쇄신안을 발표했다. 주주추천이사제를 활성화하고, 사외이사 과반수(7명 중 4명 이상)를 주주추천 이사로 구성해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라이프자산운용 등 행동주의 성향 주주의 후보가 실제 이사회에 진입할 경우, 그간 롯데그룹 중심으로 형성돼 온 추천 구조가 다변화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의결권 자문사 관계자는 "금융지주 사외이사라면 금융업 경력이 중요한데 그간의 롯데 비금융 계열사 출신 사외이사의 반복 선임은 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권고와 배치되는 측면이 있었다"며 "이번 3월 주총은 BNK금융이 특정 주주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이사회 전문성과 독립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지를 가늠할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