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멈춘 일터, 보험으로 보장될까⋯‘지수형 기후보험’ 주목

입력 2026-05-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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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 피해 커지는데 기존 실손형 보험은 한계
제주도·전통시장 등 국내서도 도입 논의 본격화

▲(사진=AI 생성)
▲(사진=AI 생성)

기후재난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기존 보험으로는 폭염에 따른 작업 중단이나 이상기후로 인한 매출 감소 같은 손실을 보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피해가 늘면서, ‘지수형 기후보험’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31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자연재해로 인한 글로벌 연평균 경제적 손실은 2000년대 893억달러에서 2020년대 2189억달러로 늘었다. 국내에서도 폭염·열대야 일수가 증가하고 강수 강도가 강해지는 등 극단적 기후현상이 심화하는 흐름이다.

우리나라 폭염 일수는 1910년대 7.7일에서 2020년대 16.9일로 2.2배 늘었다. 같은 기간 열대야 일수는 6.7일에서 28.0일로 4.2배 증가했다. 연 강수 일수는 줄었지만 연 강수량은 늘면서 강수 강도도 강해지고 있다.

문제는 기후 피해가 기존 보험 체계로 포착하기 어려운 형태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폭염으로 건설 현장 작업이 중단되거나 폭우·혹한으로 전통시장 유동 인구가 줄어드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자산이 직접 훼손된 것은 아니지만 소득과 영업이익에는 손실이 발생한다.

기존 실손보상형 기후보험은 실제 손해액 산정과 손해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손해평가가 어렵거나 신속한 유동성 지원이 필요한 기후취약계층에는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 지수형 보험은 이런 보장 공백을 줄이는 보완 수단으로 거론된다.

지수형 기후보험은 사전에 정한 기상·재난 지표가 일정 기준에 도달하면 약정된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폭염경보, 강수량, 최고·최저기온, 하천 수위 등이 지급 기준이 될 수 있다. 실제 손해액을 산정하거나 손해사정을 거치지 않아도 돼 재난 발생 직후 빠르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지수형 보험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농업 분야를 넘어 상업용 건물, 물류서비스, 재생에너지 등으로 관련 상품 개발이 확산되고 있다. 위성 데이터를 활용한 가뭄보험, 사물인터넷(IoT) 센서로 건물 침수 깊이를 측정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홍수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에서는 지진 리스크를 보장하는 지수형 보험이 활성화돼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손해조사 없이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기온·강우·적설·풍속 등 기상데이터를 활용한 날씨지수보험도 운영 중이다.

국내에서도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보험회사를 중심으로 도입 논의가 시작됐다. 제주도는 폭염으로 공공 발주공사 현장 작업이 중단될 경우 건설근로자의 임금소득 상실을 보장하는 ‘제주도 상생보험’ 도입을 추진 중이다. 기상청 폭염경보 발령으로 작업 중지가 이뤄지면 사전에 정한 보험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한 날씨피해 보상보험도 논의되고 있다. 폭우·폭염·혹한 등 이상기후로 매출이 감소할 경우 강우량과 기온 등 날씨지수를 기준으로 보험금을 정액 지급하는 방식이다. 개별 점포가 실제 손해를 일일이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단체보험 형태로 설계될 예정이다.

다만 지수형 보험이 기존 보험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 실제 손해와 지급 보험금 사이에 차이가 생기는 ‘기초위험’이 남아 있어서다. 지표가 기준에 미달해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았지만 실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실제 손해가 크지 않은데도 지표 충족만으로 보험금이 지급될 가능성도 있다.

권순일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상·재난 데이터의 객관성·투명성·즉시성 확보는 지수형 보험 운영의 중요한 요소”라며 “기초위험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정교한 인프라 및 운영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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