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아틀라스의 경고

입력 2026-01-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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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이투데이)
▲이투데이 (이투데이)
지난 9일(현지시각) 막을 내린 ‘CES 2026'의 주인공은 전자업체 삼성전자도, 스마트폰의 애플도, 게임기의 소니도 아니었다. 단 한 대의 신차도 전시하지 않은 채 '피지컬 AI' 로봇 군단을 전면에 내세운 우리나라 자동차 대기업 현대자동차그룹이었다. 그 중심에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가 있었다. 그리스 신화 속 하늘을 떠받치던 거인의 이름을 딴 이 로봇은 이제 현대차의 제조 현장이라는 ‘지구’를 들어 올릴 준비를 마쳤다.

그간 CES에서 조연에 머물렀던 모빌리티가 '전자와 AI'를 압도하며 주객전도의 미학을 완성한 올해의 광경은, 제조업의 중심추가 로보틱스로 완전히 이동했음을 알리는 역사적 이정표다.

현장을 압도한 아틀라스 뒤에는 전통적 완성차 기업의 틀을 깨고 로봇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단호한 승부수가 짙게 배어 있었다. 이번 CES에서 보여준 현대차의 로봇 군단은 단순한 기술 과시용 시연이 아니었다. 정 회장은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HMGMA) 양산 라인에 아틀라스를 전격 투입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했다. 360도 회전하는 관절과 50kg의 하중을 견디는 괴력을 지닌 아틀라스는 구글 딥마인드의 ‘제미나이’ 인공지능 뇌까지 장착했다.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인공지능 로보틱스 플랫폼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전 세계에 공표한 것이다.

글로벌 패권 다툼에서도 현대차의 우위는 선명하다. 일론 머스크의 ‘옵티머스’가 AI 소프트웨어 학습에 치중하며 보행 연습을 할 때, 아틀라스는 이미 실전 근육을 완성했다. 좁은 차체 내부로 들어가 정교하게 부품을 조립하는 물리 제어 기술은 독보적이다. 가격 공세를 펴는 중국 ‘유니트리’가 따라올 수 없는 내구성과 신뢰성을 갖췄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 파격적인 행보에 등 뒤가 가장 서늘해질 이들은 누구일까.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차의 ‘황제노조’, ‘귀족노조’라 불리는 이들이 아닐까.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2020년대 초반까지 반복된 파업으로 인한 누적 생산 차질은 수십만 대, 매출 손실액은 20조 원을 상회한다. “사람이 멈추면 공장이 멈춘다”는 공식은 경영의 고질적인 ‘모래주머니’였다. 하지만 아틀라스는 파업하지 않는다. 성과급을 요구하며 라인을 세우지도, 복지 혜택을 늘리라며 피켓을 들지도 않는다. 전문가들은 휴머노이드 투입 시 공정 효율이 40% 이상 향상될 것으로 내다본다. 3교대도, 특근 수당도 필요 없는 로봇이 24시간 가동되는 순간, 수천억 원의 파업 리스크는 안정적인 ‘고정비’로 치환된다.

물론 현대차는 '인간 중심(Human-centered)'의 기술임을 강조한다. 고위험 작업을 로봇이 대신해 인간을 해방시킨다는 명분이다. 그러나 노조 입장에선 아틀라스의 등장이 곧 ‘대체 불가능했던 노동’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탄임이 분명할 것이다. 기술은 완성됐고, 이제 남은 건 ‘로봇이 더 싼가, 사람이 더 효율적인가’라는 자본의 냉혹한 계산뿐이다. CES 현장에서 아틀라스가 보여준 유연한 움직임은 현대차가 더 이상 노조의 눈치를 보며 미래 전략을 늦추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읽힌다. 글로벌 시장에서 사투를 벌여야 하는 기업에 노조 리스크는 이제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사치다. 비단 현대차 노조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결국 아틀라스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제 기업은 기다려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물리적 성능을 갖춘 아틀라스와 인공지능이 결합한 순간, 제조 현장의 주도권은 이미 ‘노동’에서 ‘자본과 기술’로 넘어왔다. 전통적인 생산 현장에서 기득권을 누리며 변화를 거부하던 노조가 이제 선택해야 할 것은 투쟁이 아니다. 로봇과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증명하거나, 아니면 아틀라스가 짊어진 거대한 변화의 무게에 짓눌리거나, 둘 중 하나다. 2026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울려 퍼진 아틀라스의 관절 소리는, 구시대적 노동 관행을 향한 가장 강력한 경고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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