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근 하나로 벌어진 지옥 같은 30분 전쟁. 넷플릭스‘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 무한 요리 지옥 미션에서 민심은 70대 중식 대가 후덕죽 셰프를 향했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2’ 준결승전 무대는 이름 그대로 ‘지옥’이었다. 한 가지 주재료는 당근. 제한 시간은 30분으로 라운드마다 완전히 다른 요리를 내야 하며 심사위원 회의 끝에 매번 한 명이 탈락한다. 시간 안에 접시에 못 올리면 자동 탈락, 심사는 벨을 먼저 누른 순서대로 진행된다. 시즌1의 ‘무한 요리 지옥’과 같은 룰이지만, 이번엔 진출자가 한 명 줄어 최대 5라운드까지만 열렸다.
문제는 당근이었다. 참가자들과 심사위원은 한목소리로 난이도를 강조했다. “어디에나 쓰이지만, 어디에서도 주연이 아니다”, “특징은 있는데 살리기 까다롭다”, “장식으로만 쓰지, 주연으로 써본 적이 없다”는 말이 이어졌다. 다만 시즌1의 두부와는 달리 당근은 아삭한 식감, 깊은 단맛, 흙내와 고소함이라는 분명한 개성을 가졌고, 그만큼 심사도 더 냉정해졌다. 당근의 존재감이 흐려지면 그대로 탈락. 기존 레시피에서 재료만 당근으로 바꿔 끼운 요리는 “굳이 당근일 이유가 없다”, “당근 맛이 안 산다”는 평가를 받기 쉬웠다.
이 극한 규칙을 정면으로 뚫고 ‘당근 지옥’의 화제 중심에 선 인물은 후덕죽 셰프였다. 시즌1에서 에드워드 리가 ‘두부 지옥’으로 화제가 됐다면 이번 시즌의 ‘무한 요리 지옥’은 후덕죽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일반적으로 컨템포러리 파인 다이닝 셰프들이 한 재료를 다층적으로 변주하는 데 익숙한 만큼 룰 자체가 유리하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후덕죽은 정통 중식이라는 한 우물만으로 끝까지 버텼다. 당근의 식감과 단맛을 살리면서도 중국집에서 익숙한 형식을 빌려 시청자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맛의 그림을 그렸다.
방송의 명장면도 후덕죽에게서 나왔다. 첫 라운드, 후덕죽이 반죽을 치대는 조리대 위로 하얀 가루가 흩날리던 순간, 안성재 심사위원은 화면 밖 시청자처럼 잠시 말을 잃었다. 그는 “거기서 나오는 에너지가 하늘로 올라가는 듯한 느낌이었다”며 “경이로운 장면이었다. 넋을 잃고 바라봤다”고 했다. 이 장면은 단순한 ‘후광’이 아니라, 70대 중식 명장이 30분 전쟁에 던지는 몰입을 상징처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후덕죽의 요리는 ‘당근이여야만 하는 이유’를 매번 설득했다. 주연인 당근을 중식의 틀에서 낯설지 않게 풀었다. 당근의 단맛을 당겨 올리고 소스의 짠맛과 향을 맞물리게 만드는 방식으로 “당근이 살아 있다”는 기준을 충족시켰다. 특히 당근을 면처럼 뽑아 짜장 소스를 얹은 ‘당근 짜장면’ 요리는 심사위원들이 심사도 잊고 젓가락질을 이어가게 만든 장면으로 남았다. 안성재는 “정확한 익힘으로 면 식감을 구현했다. 소름이 돋았다”고 평가했고, 백종원 심사위원은 “당근의 단맛이 올라오면 춘장의 짠맛이 눌러준다. 당근으로 면치기가 가능하다”며 완성도를 인정했다.
무대 밖 민심도 비슷한 방향으로 쏠렸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와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후덕죽이 낸 당근 면 요리와 ‘가짜 당근(당근으로 만든 미니 당근 딤섬)’ 요리에 반응이 집중됐다. “가장 영리하고 보기 좋은 요리였다”, “꼭 먹어보고 싶다” 같은 글이 이어졌고, 당근 면 요리는 저칼로리·포만감을 이유로 “바이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또 “그 나이에 은퇴가 아니라 최고 무대에서 경쟁한다”, “요리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댓글 응원도 이어졌다.
결승행 문턱에서 맞붙은 상대는 ‘요리괴물’이었다. 다만 후덕죽이 화제의 중심에 선 것과 달리 요리괴물은 상대적으로 ‘체감’이 덜했다는 평가도 있다. 요리괴물의 방식이 컨템포러리한 결합과 기법 중심이라 대중이 익숙한 기준으로 맛을 상상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후덕죽은 짜장, 튀김, 중화 소스처럼 익숙한 언어로 낯선 재료를 주연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대결을 앞두고 후덕죽은 체력 부담을 인정하면서도 “할수록 새로운 요리가 나온다. 여기까지 올라왔으니 최선을 다해 보겠다”고 말했다. 요리괴물 역시 “존경스럽지만 결승이 걸려 있으니 지고 싶은 마음은 없다”며 승부욕을 드러냈다. 이에 후덕죽은 “이건 서바이벌이라 아버지고 아들이고 없다”고 맞받으면서도, 막상 조리대 앞에서는 “편하게, 재밌게 하자”고 다독였다. 안성재 심사위원은 두 사람의 싸움을 두고 “30분을 누가 가져가느냐의 싸움”이라며, ‘재료’보다 ‘시간’이 더 잔인한 변수라고 정리했다.
앞서 ‘무한 요리 천국’ 미션을 통해 최강록이 결선 진출을 확정한 가운데 남은 한 자리를 두고 후덕죽과 요리괴물이 맞붙게 됐다. 최종 승자는 13일 공개되는 마지막 회에서 가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