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매장서 아이스크림 바코드 찍고 결제 '깜박'⋯헌재 "절도 고의 없어, 기소유예 취소"

입력 2025-12-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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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검찰, 중대한 수사미진·증거판단의 잘못 있어”

▲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걸린 헌재 상징. (박일경 기자 ekpark@)
▲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걸린 헌재 상징. (박일경 기자 ekpark@)

무인매장에서 아이스크림을 계산하지 않고 가져갔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시민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절도의 고의를 단정할 수 없다”며 처분을 취소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27일 임모 씨가 서울남부지검 검사직무대리를 상대로 낸 기소유예 처분 취소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로 인용 결정을 내렸다.

임 씨는 지난해 9월 서울 양천구의 한 무인매장에서 2만5000원 상당의 아이스크림 20여 개의 바코드를 키오스크로 스캔한 뒤 결제하지 않고 가져간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은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별도의 추가 수사 없이 그해 10월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여러 사정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이다. 형사 절차를 거쳤다는 점에서 사회적 불이익이 남을 수 있다.

임 씨는 ‘사건 당일 여러 가게에서 구매한 짐이 많아 계산을 잊었을 뿐 절도의 고의는 없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실제로 임 씨는 사건 며칠 전 해당 매장에서 아이스크림을 정상적으로 결제해 구매한 적이 있었다. 사건 당일 다른 무인매장에서도 결제한 사실이 확인됐다.

헌재는 수사기록만으로 임 씨에게 절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해당 매장은 불특정 다수가 드나드는 무인매장인데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이 설치돼 녹화된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청구인은 아이스크림을 계산대에 올려 하나하나 바코드를 스캔했다”며 “처음부터 계산하지 않을 의사였다면 일일이 스캔할 이유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런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절도의 습벽이 있다고 의심할 자료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고 그로 인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며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기로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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