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건설업계가 노동·안전 규제 강화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했다. 당장 올해부터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과 건설안전 규제 강화가 본격 시행된다. 업계에선 노사 리스크 확대와 비용 부담 증가가 공기 지연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정부에 따르면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제2·3조)이 올해 3월 10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은 사용자 개념과 노동쟁의 범위를 확대하고 쟁의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 노동자 개인에게 과도한 손해배상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법 조문상 사용자 범위가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결정력을 가진 자’까지 넓어지면서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일반적인 건설현장에서는 원청 시공사가 하도급·협력사 노무 이슈의 직접 당사자로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건설안전 규제 강화도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건설안전 종합대책(9·15)’을 통해 반복적인 산업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제재 강화를 예고했으며 관련 제도가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연간 산재 사망자가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과징금 부과나 등록말소 등 강도 높은 행정처분이 가능해지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도 한층 엄격해질 전망이다.
공공공사 시장에서는 안전 성과가 입찰 결과에 직접 반영된다. 조달청은 최근 ‘공공주택 공사 집행기준’을 개정해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안은 공공주택 입·낙찰 단계에서 중대 재해 발생업체에 대한 감점을 강화하고 안전관리 우수기업에는 가점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전적격심사(PQ)와 종합심사낙찰제에서 건설안전 항목을 배점으로 반영하고 중대 재해 사망자 발생 시 최대 5점까지 감점하는 구조도 도입됐다.
문제는 이런 규제 강화가 업황이 가장 어려운 시점에 작동한다는 점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5년 건설투자는 전년 대비 8.8%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원은 올해 역시 민간 주택경기 회복 지연과 노동·안전 규제 강화로 건설 경기 회복 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건설사 실적에서도 수익성 압박이 감지된다. 주요 건설사들은 매출 규모는 일정 수준 유지하고 있지만 원가 상승과 미분양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감소하는 흐름이다. 현장에선 분양 부진과 미분양 적체로 현금 회수가 지연되는 가운데 노사 리스크와 안전 비용 증가까지 겹치며 ‘버티는 체력’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업황 악화는 폐업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폐업한 건설사는 총 3622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종합건설사는 674곳으로 전년 동기(641곳) 대비 33곳 늘었다. 2005년 관련 통계 공표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는 공공투자 확대에 힘입어 수주 지표는 일부 개선될 수 있지만 민간 주택 부진과 착공지연이 누적된 상황에서 노동·안전 규제가 동시에 강화되면 회복 속도는 상당히 제한될 수 있다”며 “비용 증가 요인이 공사비에 충분히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인 만큼, 중소·중견 건설사를 중심으로 체력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노동·안전 이슈가 동시에 커질 경우 현장 운영에 미치는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노사 갈등이 현실화하면 작업 중단이나 협의 지연이 발생할 수 있고 안전관리 강화로 인력·장비·공정 관리 부담이 늘면서 공기 관리가 한층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노동·안전 규제가 동시에 강화되면 비용과 리스크가 한꺼번에 커지는 만큼, 사용자성·교섭 범위에 대한 명확한 해석과 함께 중소업체도 이행 가능한 단계적 안전관리 기준과 비용 부담을 완화할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노사 이슈가 복잡해질 경우 현장 협의가 길어지고 이는 곧 공기 관리 부담과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처럼 민간이 얼어붙고 폐업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제도가 동시에 강화되면 현장 리스크가 손익 악화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