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별 전략 방향 달라 이사회 구성 자율에 맡겨야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 이사회에 정보기술(IT)·보안 및 금융소비자 분야 사외이사를 최소 1인 이상 두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지나친 관치가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미 상당수 금융지주 이사진이 해당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규제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구성에는 금감원이 제시한 IT·소비자 전문성 기준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은 소비자경제학자인 여정성 사외이사와 IT·디지털 분야 전문가인 최재홍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신한금융은 공공기관 자문 경험을 갖춘 곽수근 사외이사와 인권·사회복지 분야를 기반으로 금융소비자 보호 역할을 수행해온 김조설 사외이사, IT·정보통신산업(ICT) 전문성을 갖춘 양인집 사외이사가 포진해 있다.
하나금융의 경우 환경·사회·지배구조(ESG)·거버넌스 분야 전문가인 원숙연 사외이사, 디지털 전환을 담당하는 IT 전문가 윤심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우리금융도 윤리경영·내부통제 경험을 갖춘 김춘수 사외이사, IT·디지털 전문가 김영훈 사외이사가 활동 중이다.
앞서 이찬진 금감원장은 이달 10일 금융지주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IT·보안과 금융소비자 분야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와 학계가 참여하는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 가동도 예고했다.
이는 감독당국이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직군을 특정해 최소 인원을 정하는 '신(新) 관치'라는 우려를 낳았다. 금융지주마다 핵심 리스크와 전략 방향이 다른 만큼 이사회 구성은 회사와 주주가 자율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각 금융지주가 사업 구조와 리스크 특성에 맞춰 IT와 소비자 관련 전문성을 이미 이사회에 반영해온 만큼 실효성 논란도 제기된다.
전문가 수급의 구조적 한계도 거론된다. 금융·소비자보호·IT 등 고도 전문성이 요구되는 인력 상당수가 현업에 종사하고 있어 실제로 이사회 참여가 가능한 인재 풀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외부 기준이나 압박에 따라 형식적으로 ‘전문가 타이틀’을 갖춘 인사를 영입할 경우 이사회 기여도는 낮은 반면 구조만 복잡해지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외이사가 비상근 중심의 감독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상 현업 수준의 문제 해결이 요구되는 소비자보호나 IT 영역에서 실질적인 기여가 가능하겠느냐는 의문도 남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와 IT 전문성의 중요성은 누구나 공감한다”면서도 “사외이사 구성을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그것만은 아닌데 특정 분야를 기준으로 제시하는 방식이 바람직한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