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님 또 마이크 끄시게요?’스케치북 든 野...필리버스터 정국 격화

입력 2025-12-1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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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난하는 피켓을 앞에 두고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난하는 피켓을 앞에 두고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국민의힘이 11일 본회의에서 다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하면서 여야 대치가 극한으로 치달았다.

이날 국회는 가맹점주의 협상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재석 241명 중 찬성 238명, 기권 3명으로 가결했다. 이 개정안은 가맹지역본부 권한 강화와 함께 가맹점사업자단체 등록제를 도입해 가맹본부가 등록 단체의 협의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 제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이 법안은 9일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진행으로 처리되지 못했고, 국회법 규정에 따라 이날 임시국회 첫 본회의에서 표결됐다.

이어 상정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두고도 국민의힘은 즉시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에 앞서 무제한 토론의 국회법상 제한 규정을 강조했다.

우 의장은 “국회법 제102조는 의제와 관계없거나 허가받은 성질과 다른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고, 이러한 규정이 지켜지지 않을 때 국회법 145조에 따라 경고나 제재를 할 수 있다”며 “국회법이 정한 규칙에 따라서만 무제한 토론이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사례를 거론하며 “나 의원의 무제한 토론을 제지한 것은 국회법에 따라 합당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가맹사업법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섰던 나 의원은 9일 “국민의힘은 가맹사업법에 관해 찬성 입장”이라며 “그러나 민주당이 무도하게 8대 악법을 통과시키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철회 요구를 위해 필리버스터를 시작한다”고 밝혔고, 사회를 보던 우 의장은 10여 분만에 나 의원의 마이크를 끄며 제지했다. 그러자 여야 충돌 상황이 벌어졌고, 우 의장은 나 의원이 연단에 서 있는 상황에서 정회를 선포했다.

우 의장은 “나 의원은 작심하고 의제 외 발언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시작했다”며 “시작부터 국회법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까지 하고 의장 요청을 거부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석에서는 “왜 가르치려고 그러는 거야”, “그만해” 등의 고성이 터져 나왔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난하는 피켓을 앞에 두고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난하는 피켓을 앞에 두고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여야 충돌은 필리버스터 본격 개시 후 더욱 격화됐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단상에 오르며 ‘61년 만에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 방해한 곳’이라고 적힌 스케치북을 단상 앞에 놓았다. 곽 의원은 “국회의장님께서 국회 담벼락에다가 본인을 기념하기 위해서 담 넘은 곳이라고 설치를 해놨다”며 “제가 국회의장님을 좋아하기 때문에 하나 더 기념하시라고 만들어왔다”고 비꼬았다.

우 의장은 즉각 “회의 진행을 방해하는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국회법을 계속 어기겠다고 하니까 그것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판단하실 것”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회의 진행에 방해되는 피켓을 내리는 것이 국회법을 지키는 것이라고 충고드린다”고 말했다.

곽 의원은 발언 중 스케치북을 넘기며 ‘국회의장님 또 마이크 끄시게요?’, ‘법 왜곡죄?=판·검사 협박수단’, ‘내란전담재판부?=위헌전담재판부’ 등의 문구를 차례로 공개했다. 그는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를 시작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를 시작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필리버스터는 향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형사소송법 이후 ‘은행법 개정안’,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 등 민주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법안들이 연이어 상정될 예정이며, 국민의힘은 12일과 13일에도 각각 필리버스터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국민의힘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왜곡죄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제 도입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대상 확대 ▲혐오 표현 현수막 제재 ▲유튜버 징벌적 손해배상제 ▲필리버스터 중단 요건 완화(국회법 개정안) 등을 ‘8대 악법’으로 규정하고 모든 법안 상정에 필리버스터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여야의 대치는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직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전체주의적 8대 악법은 헌정질서를 뿌리째 흔드는 대한민국 파괴법”이라며 “철회될 때까지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로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경우 비쟁점 민생법안 59건까지 필리버스터 대상에 포함돼 이른바 ‘59박 60일’ 정국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우 의장의 해외 순방 일정을 고려하면 본회의 개최 가능 날짜가 11∼14일, 21∼24일로 제한돼 있어 필리버스터가 중간에 끊길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여야 대치가 장기화되면서 반도체특별법 등 주요 민생·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는 사실상 기약 없이 미뤄지는 상황이다.

이날 정치적 충돌은 고발전으로도 확산됐다. 민주당은 나경원·곽규택 의원의 국회법 위반을 이유로 국회 의안과에 징계요구안을 제출했고,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을 비롯한 국민의힘 원내부대표단은 ‘국회의장 우원식 사퇴 촉구 결의안’으로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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