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이 9일 본회의에 상정되는 모든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첫 연단에는 당내 여성 최다선인 나경원 의원이 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최악의 구태정치”라고 규정하며 “국회 정상화와 민생개혁 완수를 위한 비상행동에 돌입하겠다”고 반발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본회의에 상정되는 법안에 대해서는 전건 필리버스터를 신청하기로 의총에서 총의를 모았다”며 “국가보증동의안은 찬성하고 네 번째 안건부터 필리버스터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국장학재단채권·공급망안정화기금채권·첨단전략산업기금채권 관련 국가보증동의안은 이미 여야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합의해 부수적으로 상정된 사안이어서 필리버스터 대상에서 제외했다.
송 원내대표는 “사법파괴 5대 악법과 국민 입틀막 3대 악법 등 8대 악법에 대해 민주당에서 강행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없는 상태라 모든 법안 처리하면 그 자체로도 국민들에게 왜 우리가 악법을 반대하는지 알려드릴 기회가 없다는 지적이 많이 있었다”며 “8대 악법으로 인해 대한민국 헌정 기본 질서가 붕괴되는 부분에 대해 국민께 소상히 알려드리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의원총회 직후 국회 본관에서 긴급 규탄대회를 열었다. 의원들은 “민생법안 발목잡기 필버악용 중단”, “민생외면 국회파행 국민의힘 규탄” 등의 손피켓을 들고서 국민의힘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청래 대표는 “비상계엄 1년이 지났건만 반성과 성찰 없이 지금도 마구잡이로 윤어게인을 외치고 있는 국민의힘을 보며 이제 측은한 마음까지 든다”며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대로 가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듣고 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늘 통과시켜야 할 민생법안에 대해 모두 필리버스터를 걸겠다는 국민의힘은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맞냐”며 “국민의힘은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민생 법안에 협조하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의힘을 향해 “국회 기능을 고의로 중단시키고 그 피해를 국민에게 전가하는 최악의 구태정치”라며 “우리 민주당은 비상한 각오를 다지며 오늘 이 시간부로 국회 정상화와 민생개혁 완수를 위한 비상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날 상정된 62개 안건 중 국가보증동의안 3건을 제외한 59개 안건 모두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이후 오후 4시 27분부터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본격 개시됐고, 첫 주자로 나경원 의원이 연단에 섰다. 나 의원은 “민주당이 무도하게 8대 악법을 통과시키려고 해서 이를 철회 요구하기 위해서 필리버스터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가맹사업자의 협상권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4월 민주당 주도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뒤 3일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왜곡죄 신설, 대법관 증원, 4심제 도입, 공수처 수사대상 확대 법안 등을 ‘사법파괴 5대 악법’으로, 정당 현수막 규제, 유튜버 징벌적 손해배상제, 필리버스터 요건 강화 법안 등을 ‘국민 입틀막 3대 악법’으로 규정해 반대하고 있다. 필리버스터는 정기국회 회기 종료 시점인 이날 밤 12시 자동 종료되지만,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12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가 열리는 11일 표결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