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3년 장중 한때 3.1% 돌파..30-10년 금리역전폭 8개월만 최대
추가 손절·FOMC 매파적 인하 가능성에 연말까지 보수적 대응해야

채권시장이 약세(금리상승)를 기록했다. 특히 통화안정증권(통안채) 2년물부터 국고채 20년물까지 금리는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국고채 3년물의 경우 금리가 장중 한때 3.10%를 돌파하기도 했다. 국고채 3년물과 환매조건부채권(RP) 7일물인 한국은행 기준금리간 격차는 60bp에 육박하며 2년2개월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국고채 30년물과 10년물간 금리역전폭은 20bp를 넘어서며 8개월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4가지 악재가 한꺼번에 닥쳤다. 우선 기대를 모았던 한은 국고채 단순매입이 결국 실망감으로 끝났다. 한은 단순매입 종목이 비지표물로 구성되면서 시장안정용과는 거리가 있었던데다, 한은이 향후 추가 단순매입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이창용 한은 총재가 이례적인 만남을 갖고 환율과 물가안정을 위해 협조키로 한 점도 부담이었다. 김 총리는 이날 “환율과 물가안정 등 시장 안정을 위해 한은과 정부의 공조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호주중앙은행(RBA)이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3.60%로 동결했다. 다만 미셸 불록 RBA 총재가 “추가 금리인하는 필요 없을 것”이라고 언급함에 따라 호주채 3년물 금리가 10bp 가까이 급등했다. 수급적으로도 외국인이 3년과 10년 국채선물시장에서 대량매도에 나서며 약세장을 이끌었다.

9일 채권시장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통안2년물은 4.1bp 상승한 2.947%를 보였다. 이는 지난해 11월18일(2.961%) 이후 1년1개월만에 최고치다. 국고3년물은 5.0bp 오른 3.084%를 기록했다. 역시 작년 7월23일(3.084%) 이후 1년5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고5년물은 6.3bp 상승한 3.302%를, 국고10년물은 5.2bp 상승해 3.453%를, 국고20년물은 3.6bp 올라 3.376%를 보였다. 이는 각각 지난해 6월(각각 12일 3.332%, 4일 3.470%, 4일 3.396%) 이후 1년6개월만에 최고다. 국고30년물 역시 2.6bp 오른 3.243%를 나타냈다.

12월만기 3년 국채선물은 16틱 떨어진 105.29를, 10년 국채선물은 49틱 내린 112.75를 기록했다. 30년 국채선물도 62틱 하락한 133.24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3선과 10선을 각각 5거래일째 순매도했다. 3선에서는 1만6504계약을 순매도해 지난달 27일 1만6570계약 순매도 이래 일별 최대 순매도를 기록했다. 10선에서는 3968계약을 순매도했다. 5거래일간 외인의 순매도규모는 3선 5만1394계약, 10선 3만1344계약에 달했다.

이어 그는 “지금 통화당국 스탠스를 보면 금리가 좀 더 오르기를 바라는 뉘앙스가 강하다. 환율이 오르면서 물가 부담이 점점 커질 것으로 보임에 따라 금리 상승을 용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한은 금리인하 가능성을 더 이상 믿지 않는 시각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 추가적인 손절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는 만큼 추가 조정도 가능하다고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채권시장 참여자는 “재료로 보면 우선 단순매입 발표에 이를 믿고 매수한 물량들이 결국 단순매입에 대한 내용이 만족스럽지 않자 다시 물량을 쏟아냈다. 김 총리와 이 총재 발언 등도 금리인하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외국인 선물 대량 매도 등으로 장이 하락(국채선물 기준)하면서 꼬였다. 호주 재료도 금리 상승폭을 키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날 ECB 집행이사에 이어 오늘 호주까지 통화긴축 내지 금리 인상 발언에 동참하면서 경계감이 더 커진 것 같다. 금리 매력도로 인해 매수세는 꾸준히 유입되긴 하나 다수가 매파적인 FOMC를 예상하고 있다. 이벤트를 앞두고 저가 매수 말고는 추격 매수가 여전히 부담스런 상황이다. 금리 하방은 제한적인 가운데 일단 눈치보기를 하면서 FOMC를 기다리며 방향을 모색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예측했다.

그는 이어 “한은 단순매입에도 심리가 회복되지 못했다. 이제 더 나올만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단순매입을 한 두 차례 더 해주는게 아니라면 연말까지 금리가 크게 하락하긴 어려울 것 같다. 선물 만기와 외국인 수급에 주목하는 조심스런 대응이 이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또다른 채권시장 참여자는 “전일 미국채 금리가 상승했지만 한은 단순매입 기대감, 익일 국채 이자락에 따른 BM 듀레이션 증가 등으로 강세를 기대하던 장이었다. 한은 단순매입이 시장안정 목적이 아니라는 한은의 선긋기에 대한 실망감과 대외금리 상승, 외국인 매도에 영향을 받아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국내 기관 체력과 심리가 바닥임이 여실히 드러난 장세였다. 연말인 이달말까지 어려운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대되고 있다. 익일 지준 이후 자금시장 방향성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