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이 탈출구는 찾지 못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제도를 만든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복잡한 계산법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불로소득 환수’를 핵심 목표로 도입한 제도지만, 주택 공급 압박이 커진 지금도 민주당은 재초환 개편에 쉽게 손대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재초환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재건축이 특정 계층·지역의 자산 사다리로 작동하는 구조를 경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재초환의 뿌리는 2006년 제정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이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은 당시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가격 급등을 주거 격차 심화의 핵심 원인으로 판단했다. 입지·학교·도로·용적률 등 공공이 조성한 인프라로 인해 발생한 이익이 사적 축적에만 활용될 경우 “재건축이 부자에게만 열린 사다리가 된다”는 문제의식이 제도 도입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재초환은 오랜 기간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도입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부담금 부과를 잇달아 유예했고, 특례 역시 반복 연장됐다. 2006년 제정 이후 실질적 시행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8년에야 이뤄졌고, 그때 처음으로 부담금 예정액이 대상 단지에 통지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재건축 규제 완화 요구가 높아지면서 여야는 2023년 재초환 개편 논의에 속도를 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는 부담금 면제 기준을 3000만 원에서 8000만 원으로 올리고, 부과 구간 역시 2000만 원 단위에서 5000만 원 단위로 확대하는 방향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은 인물이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당시 정부·여당이 제시한 초안에 대해 김 의원은 면제금 1억 원과 다양한 부과구간을 한꺼번에 손질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안소위에서 “부과 기준과 부과 구간, 부과 개시 시점 등을 모두 바꾸면서 면제금까지 1억 원으로 올리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면제금 8000만 원, 부과구간 5000만~6000만 원 안을 제시했다. 또 당시 시세가 정부 산정 기준 시점(2021년 말)보다 이미 하락한 점을 들어 “1억 원까지 비과세 범위를 넓히는 것은 과도하다”는 취지로 반대했다.
결과적으로 재초환은 핵심 원칙(불로소득 환수)은 유지하되, 부담 기준과 구간을 완화하는 절충안 형태로 다시 작동하게 됐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재초환 자체를 포기하기보다는 ‘수정·완화’ 쪽으로 접근한 셈이다.
민주당이 재초환을 선뜻 폐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히 세금 문제나 규제 철학 차원이 아니다. 핵심은 재건축 중심의 고가 주거지 개발 모델이 장기적으로 도시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특정 계층만 자산 상승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구조를 강화한다는 우려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재건축 아파트가 서울 강남의 집값 상승을 이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며 “'부자감세'에 민감하게 대하는 기조를 보면 민주당의 오랜 기조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시각은 특히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도시정책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박 전 시장은 2018년 6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재개발·재건축을 두고 “도시를 황폐화시키고, 가난한 이들과 스스로의 힘으로 겨우 집을 마련한 사람들의 삶을 짓밟는다”고 말했다. 이어 “지우고 새로 쓰는 재개발·재건축 대신, 고쳐서 다시 쓰는 도시재생 사업이 있다”며 전면 철거형 정비사업보다 도시재생과 공동체 보존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정책에서는 이런 시각이 구체화됐다. ▲한강변 고층 재건축을 제한한 ‘35층 룰’ ▲대규모 전면 재건축보다는 도시재생 중심의 정비 전략 ▲조망·일조권 독점을 막기 위한 스카이라인 규제 ▲기존 공동체 보존을 중시한 정비 방식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