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건축 사업의 걸림돌로 꼽혀 온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완화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장기화되면서 관련 법 개정 논의가 2023년 부분 완화 이후 2년 넘게 멈춰 섰다.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거래가 급감하는 등 급등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인 공급 확대에 나서려면 지금이 재초환 논의의 '골든 타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키를 쥔 정치권은 내년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을 계산하며 주판 알을 튕기는데 몰두할 뿐 합의점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이익이 조합원 1인당 80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 금액의 10∼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2006년 도입 후 시행이 유예됐다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부활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폐지 기조가 이어지면서 아직 실제 부과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재초환이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을 떨어뜨려 공급을 위축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오랫동안 지적돼 왔다. 부담금이 부과될 경우 조합과 시공사의 사업성이 악화해 추진 속도가 늦어지는 만큼, 제도 자체가 재건축 활성화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평가가 힘을 얻어 왔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에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속도전을 선언했지만, 정작 재초환 논의는 포함되지 않았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도 관련 논쟁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등 10명이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폐지 법률안’을 발의했으나, 제도 폐지를 둘러싼 여야 간 이견 속에 상임위 논의가 진척되지 못했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8월 21일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된 뒤 같은 해 11월 6일 단 한 차례 논의됐다.

본지 취재 결과, 작년 11월 이후 국회 내에서는 재초환 폐지·완화를 둘러싼 여야 간 논의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국토위 관계자들은 “여야 간사 간 재초환 관련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대폭 지원 기조로 전환하는 ‘재건축 하이패스법’(김은혜 의원 대표발의)도 여러 차례 소위 안건으로 상정됐지만, 심사 절차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이 법안은 역세권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3배까지, 일반 지역의 경우 1.1배까지 허용하는 등 공급 확대를 목표로 한다.
다만 국토부가 연내 새로운 주택 공급 대책을 예고한 만큼, 서울 주택공급 문제와 연계해 논의가 재점화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진현환 국토교통부 1차관은 재초환법의 현실적 한계를 지적하며 “당초 법 제정 취지는 주택시장 안정이었다”면서 “그런데 도입 취지와 달리 여전히 조합원들의 부담과 주택공급 위축의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부작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제 제도 폐지를 검토할 때가 오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부담금이 이미 부과된 단지 처리 문제와 관련해서는 “법률 폐지 전에 부담금을 기부과한 단지에 대한 처리 방안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정치권 기류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여권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일찍 공식화한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재초환 문제에 대해 “중앙정부와 협의가 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런 부분(재초환 완화)도 적극적으로 고민과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혀 논의 여지를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