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울 바람이 차가워지면 기대감이 피어납니다. 겨울철 대표 길거리 간식들이 돌아오기 때문인데요. 호떡부터 계란빵, 어묵까지, 생각만 해도 몸이 따끈해지는 간식입니다.
이 중에서도 남다른 인기를 자랑하는 건 붕어빵일 겁니다. 고소한 향과 달콤한 맛, 두 손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종이봉투 감성으로 겨울이면 어김없이 등장하곤 하죠.
하지만 '천 원이면 충분한 간식'이라는 인식은 옛말이 된 지 오래입니다. 요즘은 붕어빵 앞에서 가격부터 확인하게 되는데요. 소비자들 사이에선 "금붕어빵"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이 흐름은 겨울철 별미인 방어에서도 그대로 반복됩니다. 마찬가지로 겨울에 제철을 맞았지만 가격이 눈에 띄게 오르고 있죠. 연말이 다가오면서 수요는 급등하는데 공급이 불안정하다 보니 가격 부담 역시 크게 체감되는 상황입니다.

겨울마다 등장하는 붕어빵은 올해도 어김없이 제철을 맞았습니다. 다만 가격은 예년과 전혀 다른 풍경입니다. 3개에 1000원이던 시절은 훌쩍 지나버렸고요. 적지 않은 상권에서 붕어빵 3개에 2000원을 받고 있습니다.
광장시장, 명동 등 일부 상권에서는 일반 붕어빵 1개에 1500원까지 가격이 오르면서 '금붕어빵', '붕플레이션(붕어빵+인플레이션)'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길거리 음식 특성상 가격이 몇백 원만 올라도 체감도가 높은 만큼 소비자 부담도 커지고 있죠.
가수 송가인도 유튜브 채널에서 붕어빵 맛집을 방문한 후 깜짝 놀라는 모습이 포착됐는데요. 송가인은 붕어빵 1개 가격이 1000원인 메뉴판을 보고 "요즘 붕어빵 가격이 많이 올랐다. 나는 3개에 1000원 할 때 먹었다"며 "물가가 다 배려놨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죠.
붕어빵 가격 인상에는 원재료값 상승이 주된 영향을 줬습니다. 붕어빵의 주재료는 밀가루와 설탕, 팥 등인데요. 농산물유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산 붉은팥 500g의 소매가격은 전날 기준 1만2976원으로 최근 5년 평년 평균가(8293원)에 비해 56% 올랐습니다.
팥 가격이 크게 오른 건 기후 변화로 인한 생산량 감소 때문입니다. 팥은 발아기와 개화기인 7~9월 날씨 영향을 크게 받는데요. 올여름은 폭염을 시작으로 가뭄, 집중 호우 등 극단적인 이상 기후 현상이 반복되면서 작황에 타격을 줬죠.
실로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국내 팥 생산량은 2019년 7102톤에서 2023년 5256톤으로 줄었습니다. 2017년(5001톤)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인데요. 재배면적은 5893ha에서 3690ha로 37% 떨어졌죠. 국제 곡물 가격 상승으로 외국산 가격도 크게 올랐습니다.
다른 재료도 마찬가집니다. 지난 5년간 밀가루 가격은 평균 34.5%, 설탕 가격은 46.9% 각각 오른 상황입니다. 여기에 LPG 가스비 등 부대비용까지 상승하면서 붕어빵 가격을 끌어올렸죠.

겨울이면 '방어 철'이 돌아왔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방어 관련 콘텐츠가 쏟아집니다. 다만 수산시장 경매장 분위기는 달갑지만은 않죠.
올해 방어 시세는 예년보다 크게 뛰었습니다. 수협 노량진수산시장의 '주간수산물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방어의 경매 가격은 ㎏당 평균 2만775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0% 오른 수준입니다. 특히 방어의 지난달 1주 차 경락가는 1kg당 1만1400원이었으나 2주 차에는 2만5300원으로 약 120% 치솟았죠.
여기에도 기후 문제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올여름 동해안 등 주요 양식장의 수온이 29도 이상으로 치솟는 고수온 현상이 예년보다 일찍, 그리고 길게 발생했는데요. 이에 양식 중이던 방어 치어, 성어가 대량 폐사한 바 있습니다. 겨울철 출하할 물량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죠. 일본산 방어도 현지 조업 부진과 환율 상승 탓에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방어는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를 제철로 칩니다. 이 시기 살이 오르고 기름이 많아져 수요도 급등하는데요. 연말이 다가오면서 방어를 찾는 이들도 늘어나 업체들은 시세를 반영해 가격을 수시로 조정, 가격 불확실성도 커진 상황입니다.
노량진 수산시장 중매인이자 유튜버 '방해물'이 9일 게재한 '매년 늘어가는 방어의 폭발적인 인기. 이제는 심각한 상황까지 왔다'는 제목의 영상에서는 경매장의 웃지 못할 상황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이 영상에 등장하는 상인들도 "방어가 너무 비싸졌다", "이 정도 단가면 방어회 한 점에 2000~3000원 받아야 하는 셈"이라고 혀를 내둘렀죠.

겨울마다 인기를 끄는 음식이 가격 부담을 안기면서 제철의 매력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예년 같으면 '제철 음식'이라는 말이 곧 설렘으로 이어졌지만, 가격표를 먼저 확인해야 하는 실정인데요.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겨울 풍경도 달라지고 있죠.
물가 상승과 기후 변화가 겹치면서 식품 가격은 전반적으로 불안정해졌습니다. 농산물부터 수산물까지 출하량이 줄고, 외국산 대체도 환율 탓에 효과가 크지 않다 보니 가격이 쉽게 내려가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데요. 제철 먹거리가 생활 물가의 대표 지표처럼 작동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식품 업계에서는 이런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지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상 기후는 더 빈번해지고,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은 식품 업계 전반이 환율 상승에 따른 원가 압박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는 거죠.
겨울의 별미였던 붕어빵과 방어가 물가 상승의 상징으로도 읽히는 지금. 제철이라는 말이 더 이상 '싸고 맛있는 시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은 우리 식탁이 맞닥뜨린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후와 물가가 소소한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대로 드러내는 신호가 된 셈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