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다이브㉒] EU는 AI법 유예했는데⋯코앞으로 다가온 韓 AI 기본법 우려

입력 2025-12-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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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최근 인공지능법(AI Act) 시행을 미루며 감독 체계·표준 보완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내달 시행을 앞둔 국내 ‘AI기본법’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과태료 부과 1년 이상 유예”를 내세웠지만, 정작 업계 혼선을 막을 구체적 기준은 빠져 있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7일 AI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12일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기본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하고 오는 22일까지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정부는 “규제보다는 산업 진흥에 초점을 맞춘 법”이라고 설명하지만, 현장에서는 “기준은 모호한데 의무만 늘었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특히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핵심 개념인 ‘고영향 AI’의 정의가 여전히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법률은 고영향 AI를 ‘개인의 생명·신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AI’로 규정하고 해당 사업자에 영향평가 등 추가 의무를 부과한다. 그러나 시행령 초안에는 △어떤 서비스가 고영향 AI에 해당하는지 △평가 기준은 무엇인지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세부 기준이 포함되지 않았다. ‘중대한 영향’, ‘위험 발생 우려’ 등 추상적 표현만 남아 있어 사업자 입장에서는 적용 범위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AI 생성물 표시 의무도 혼선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시행령은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AI 생성물에 대해 사람이 인지할 수 있도록 표시하도록 규정한다. 생성형 AI가 만든 콘텐츠임을 문구나 음성으로 1회 이상 안내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생성물 종류가 텍스트·이미지·오디오·영상 등으로 다양해 구체적 표시 방식이 정리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기술적·비용적 부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기준이 빠진 상황에서 정부는 과태료 부과를 1년 이상 유예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법 시행에 따른 산업 충격을 완화하겠다는 취지지만, 업계에서는 “근본적 해결이 아닌 책임 회피”라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 범위가 모호한 상태에서 처벌만 미루면 기업은 법적 의무가 있는지조차 판단하기 어렵고, 정부 역시 집행 과정에서 더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EU도 최근 준비 지연을 인정하고 제도 시행을 조정했다. 지난달 19일 EU 집행위원회는 고위험 AI 시스템 규정의 조건부 시행 연기안(Digital Omnibus)을 발표했다. 한승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디지털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EU AI Act 유예 결정이 한국에 던지는 질문’ 보고서에서 “표준 개발 지연, 감독기구 미비, 산업 영향평가 부족 등 구조적 문제가 반영된 현실적 조정”이라며 “준비 부족에 대한 업계·회원국 지적이 제도 변경으로 이어진 사례”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핵심 표준과 감독 체계를 실질적으로 정비한 뒤 시행 시점을 조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준비 없이 규제를 강행할 경우 산업과 행정 전반에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연구위원은 “한국 AI기본법은 EU보다 포괄하는 규제 대상이 더 넓은데 준비 수준은 오히려 미흡하다”며 “과태료만 유예하는 방식은 법적 의무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처벌만 미루는 구조여서 불확실성을 키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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