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 확보⋯설명책임·감독·고객 경험이 남은 과제”

금융권이 인공지능(AI)을 보이스피싱·자금세탁방지(AML) 등 내부통제 영역에 적용하며 성과를 내고 있지만, 고객 상담과 같은 소비자 접점에서는 만족도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AI 도입이 효율과 대응 속도는 높였지만, 금융 산업의 핵심 가치인 신뢰와 고객 경험 개선은 과제로 남았다는 평가다.
17일 KB경영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AI와 인간의 협업을 통한 금융 상담 혁신’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권 AI 상담 서비스에 대한 고객 만족도는 21.6%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불만족 응답은 39.4%였다.
특히 ‘AI가 고객의 요구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73.6%로 가장 높았고, ‘AI 상담 이후 사람 상담사에게 연결되는 과정이 불편하다’고 답한 비율도 절반 이상이었다.
같은 조사에서 콜센터 상담사의 66%는 AI 도입 이후 근무 환경이 악화했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AI는 단순·반복 문의에는 효과가 있지만, 상품 설명 및 민원 처리 등 신뢰 기반 서비스에서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성과가 확실히 보이는 영역도 있다. 바로 거래 위험 탐지와 사기 방지다. 금융보안원은 은행권과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 기반 이상 거래 탐지(FDS) 모델을 공동 개발 중이며, 일본 정보통신연구기구(NICT) 협업 실증에서는 기존 모델 대비 탐지 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은행들은 자금세탁방지(AML), 의심거래보고(STR) 업무에도 AI를 활용해 분석 속도와 탐지 정밀도를 높이고 있다. 내부통제 업무에서 AI는 사고 예방과 규제 대응 효율성 측면에서 가장 빠른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금융사들도 AI를 실제 시스템에 적용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자체 개발한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모델을 운영하며, 운영 과정에서 탐지 정확도(Precision) 향상을 목표로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은 2019년 AI 기반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뒤 자금세탁방지(AML)·불완전판매 적발 등 내부통제 전반으로 AI 적용을 넓혀가고 있다.
신한은행은 2022년 이상 행동 탐지 기능이 탑재된 ATM을 도입했으며, 하나은행도 모바일 앱에 보이스피싱 탐지 기능을 적용하는 등 ‘사전 차단형 내부통제’에 AI를 접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 적용 단계’를 넘어 AI가 금융 규제와 안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평가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AI 확산이 금융 안정성·감독 체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AI가 결론을 내리더라도 사람이 최종 책임을 지는 ‘휴먼 인 더 루프(Human in the loop)’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