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장 흑역사' 또 한 줄…노만석 사퇴로 무너진 檢 독립성 [혼돈에 빠진 검찰]

입력 2025-11-1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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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총장 중도 사퇴…대행은 임기 보장 안 돼
정치 개입 가능성 제기…검찰 독립성 논란 재부상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으로 사의를 표명한 노만석 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떠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으로 사의를 표명한 노만석 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떠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대장동 항소 포기' 파문으로 사의를 밝힌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퇴임식을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검찰 수장들이 임기를 끝까지 채우지 못하는 문제가 재부각되고 있다. 정권과의 충돌, 조직 통제 실패, 사생활 논란 등 사유는 제각각이지만 수장 중도 사퇴가 되풀이되면서 검찰 독립성도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 대행은 1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서초구 대검 본관 대회의실에서 퇴임식을 가졌다. 7일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으로 거센 사퇴 압박을 받은 뒤 12일 사의를 표명했고, 일주일 만에 대검 청사를 떠난 것이다.

검사장·지청장급 간부들의 공개적 문제 제기 등이 이어지며 대행 체제가 흔들렸다는 평가다. 노 대행은 사의를 밝힌 날 "전 정권이 기소한 사안들이 현 정권에서 문제가 돼버리고, 현 검찰청에서는 저쪽 요구를 받아주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조율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예외보다 관례가 된 중도 사퇴…역대 총장들의 '임기 미완주' 패턴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 도입 이후 2년 임기를 온전히 채운 총장은 손에 꼽힌다. 참여정부 이후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총장 중도 사퇴는 거의 매 정권마다 반복되는 고질적 패턴이 됐다. 사안별로 무게는 달랐지만, 정권·검찰 간 충돌과 조직 내부 반발이 공통된 결정 요인이었다.

2005년 김종빈 전 총장은 법무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둘러싼 검찰 내부 반발이 거세지자 사퇴를 선택했다. 당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불구속 수사하라고 지휘했는데,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사상 처음이었다. 일선 검사들은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된다"며 지휘 거부를 요구했고, 김 전 총장은 지휘를 수용하되 조직 반발을 대변하는 방식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중도 퇴진이 반복됐다. 임채진 전 총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책임론이 불거지자 임기 만료 5개월을 남기고 사퇴했다. 김준규 전 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검찰의 의견이 배제됐다고 판단, 임기 만료 한 달을 앞두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후임 한상대 전 총장도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를 포함한 자체 개혁을 추진했지만 조직의 격렬한 반발에 부딪혀 결국 사퇴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뉴시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흐름은 달라지지 않았다. 채동욱 전 총장은 '혼외자 의혹'으로 취임 6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고, 김수남 전 총장도 국정농단 수사와 후속 정권 교체의 격변 속에서 조직 동요가 심해지며 임기 7개월을 남기고 사퇴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갈등이 더욱 첨예했다. 윤석열 당시 총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 등을 거치며 여권과의 충돌이 극대화됐고, 임기 4개월을 남기고 "상식·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는 지켜보기 어렵다"며 중도 퇴진했다. 뒤이어 임명된 김오수 전 총장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추진 과정에서 조직 혼란이 폭증하면서 약 1년을 남기고 사퇴했다.

이재명 정부에서도 검찰총장의 임기 미완주는 계속됐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심우정 전 총장은 이재명 정부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기소청 분리안에 반발하며 약 1년 2개월을 남기고 사퇴했다. 그는 "정상적 기능까지 폐지하는 것은 국민을 위한 결정이 아니다"라며 개편안에 공개적으로 이견을 표한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

총장 임기제 취지 퇴색…지휘권 독립성 확보 논의 필요

법조계에서는 수장 중도 사퇴가 반복될수록 검찰 조직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대한 신뢰가 약화된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총장 임기제의 핵심 취지가 '정권으로부터 독립된 안정적 지휘권 보장'이었음을 고려하면, 최근까지 이어지는 중도 하차 행렬은 검찰의 독립성이 약화됐을 뿐 아니라 임기제 자체도 사실상 기능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과거 경찰·정보기관이 갖던 정치적 권력이 검찰로 이동했는데, 권력 오남용 논란이 반복되자 대통령과 검찰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한 장치로 임기제가 도입됐다"며 "지금은 인사청문회 실효성도 약해졌고 임기 보장도 유명무실해져 검찰이 여전히 대통령의 손발처럼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직 당시 고위층 수사를 강행할 수 있었던 것도 법적 임기 보장이 있어 정치적 압박을 견딜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직무대행은 임기가 없어 어느 정권에서든 흔들리기 쉬운 구조라고 했다.

그는 향후 정부 조직 개편 방향과 무관하게 검찰 지휘 체계의 최소한의 독립성을 담보할 장치만큼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검찰권 오남용이 문제라면 원인을 고치는 것이 우선인데, 지금은 논의가 검찰청 폐지까지 확장된 상황"이라며 "현 제도 하에서는 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검증 기준을 명확히 하고 전문성을 엄정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할 경우 일정 기간 공직 제한 등 실질적 불이익을 부과해야 임기제가 비로소 기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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