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의 급격한 변화와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중에도 부동산 시장은 스스로 균형점을 찾아 움직이고 있다. 규제와 완화가 반복되는 혼란 속에서도 수요자들은 오히려 ‘불확실성에 대한 내성’을 키우며 가능한 기회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12일 유튜브 채널 이투데이TV ‘집땅지성’(연출 황이안)에 출연한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과 진행자 김인만 대표는 최근 부동산 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불확실성의 내성'으로 규정했다. 정부 교체 이후 정책 방향이 계속 뒤바뀌고 규제와 완화가 반복되면서 시장은 큰 혼란을 겪었지만 수요자들이 이런 환경에 적응하며 각자 가능한 통로를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정부의 불확실성, 강도 높은 규제, 정치 일정까지 여러 변수가 한꺼번에 터진 해였다"며 "그럼에도 시장 참여자들은 시간이 갈수록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스스로 찾아 움직이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서울 주요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며 조합원 지위양도가 제한된 상황에서 오히려 규제를 피해 이미 절차가 상당 부분 끝난 한남 재개발이나 잠실주공5단지 같은 곳은 고액자산가들의 '핫스폿'으로 떠올랐다. 거주 의무가 없고 토지거래허가도 필요하지 않아 수십억대 유동자산을 가진 수요자들이 선호한다는 분석이다. 신축 아파트가 70억~80억까지 치솟은 가운데 "40억대 잠실주공을 사서 향후 60층 이상 신축 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규제가 강해질수록 경매 시장으로의 이동도 뚜렷해지고 있다.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고, 전세보증금이 낀 물건은 실거주 의무 없이 접근할 수 있어 실수요자·투자자가 동시에 몰리는 구조다. 김 위원은 "서울 경매 낙찰가율이 매우 높아졌다"며 "규제를 피한 수요가 그대로 경매로 이동하는 전형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2026년 시장 전망은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정책 유동성, 공급 부족 등 변수가 유지되는 가운데 서울은 공급 부족과 수요 집중으로 가격이 쉽게 꺾이기 어렵고, 정책의 틈이 생기면 단기 과열이 반복될 가능성이 언급됐다. 지방은 대구·경북처럼 공급 과잉 지역을 제외하면 부산·울산·충청권 등 일부 지역에서 회복 신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내년에 5극 3특(특별지구) 정책 로드맵이 가시화되고 지역 이슈가 선거 과정에서 부각되면 거래도 일부 살아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세는 지표상 안정적이지만 월세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전월세 전환 비율 증가와 보증금의 월세 전환 흐름이 겹치며 지방까지 월세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은 "내년에는 월세 상승세가 더 심해질 것"이라며 "전세 매물 부족과 월세 부담 확대가 겹치면 무주택 세입자에게 더 큰 압박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내 집 마련을 고민하는 실수요자에게는 "결국 입지로 돌아온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신축 공급이 줄어드는 만큼 '신축 프리미엄' 시대가 끝나가고 있어, 오히려 입지 좋은 구축 가운데 저평가된 곳들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 위원은 "3억~5억 현금을 가진 실수요자라면 약수역, 성동구 행당역, 동작역 같은 20년 안팎 대단지 구축을 눈여겨볼 만하다"며 "주변보다 상대적으로 덜 오른 곳들은 장기적으로 가치 상승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세입자의 선택에 대해서는 같은 조건이라면 가능한 한 전세를 유지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월세는 매달 주거비 부담이지만 전세는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월세 세액공제 여부 등 세금 요인까지 비교해보고 차이가 크지 않다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전세가 낫다"는 설명이다. 김인만 대표는 "전세를 유지해야 자산을 보전하고 기회가 올 때 내 집 마련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월세로 전환해 현금을 들고 있으면 이상하게 금방 사라진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