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파업의 계절… 반복되는 ‘12월 멈춤’의 진짜 원인 [이슈크래커]

입력 2025-12-0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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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지하철·학교 비정규직까지…연말 공공서비스 ‘셧다운’ 위기
예산 심의·단체교섭 12월에 몰리는 구조적 문제, 올해도 반복
필수유지업무 있어도 체감 불편 커…“연중 분산·시스템 개편 필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조합원들이 1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열린 2025년 총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조합원들이 1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열린 2025년 총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파업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11일 총파업을 예고한 데 이어, 서울지하철 1~8호선 노조들도 12일 전면 파업을 선언했습니다. 학교 급식과 돌봄 종사자들은 이보다 앞선 4~5일 권역별 총파업에 돌입합니다.

매년 찬 바람이 불 때면 반복되던 공공서비스의 ‘멈춤’이 올해는 한층 숨 가쁘게 몰려오고 있습니다. 각 현장의 요구와 갈등요소는 서로 다르지만, 파업 시기만큼은 약속이나 한 듯 12월에 집중됩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라기보다, 우리 공공부문 운영방식의 ‘예산확정주기’와 ‘협상구조’가 만들어낸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 4일 급식부터 11일 철도·12일 지하철까지…연말 ‘줄파업’ 본격화

▲급식, 돌봄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급식 운영에 일부 차질이 생긴 가운데 6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학생들이 배식을 받고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투데이DB)
▲급식, 돌봄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급식 운영에 일부 차질이 생긴 가운데 6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학생들이 배식을 받고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투데이DB)
올해 연말 파업은 시민 생활과 직결된 필수 공공서비스 전반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가장 먼저 멈추는 곳은 학교입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연대회의)는 4일(경기·충남 등)과 5일(경남·부산·대구 등) 권역별 총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연대회의는 ▲정규직 대비 임금 격차 완화 ▲방학 중 무임금 문제 해결 ▲급식실 환기·설비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교육청 예산 심의가 진행되는 시기에 맞춰 수년째 제자리인 임금 체계와 열악한 급식실 환경 개선을 촉구하며 실력 행사에 나섰습니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준법운행에 돌입한 1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 승강장에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노사에 따르면 제1노조인 민주노총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과 제2조노조인 한국노총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는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협상 결렬에 따른 대응으로 이날부터 준법운행에 돌입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준법운행에 돌입한 1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 승강장에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노사에 따르면 제1노조인 민주노총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과 제2조노조인 한국노총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는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협상 결렬에 따른 대응으로 이날부터 준법운행에 돌입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철도노조는 11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입니다. 노조는 ▲인력 부족 해소 ▲성과급 삭감 복원 ▲KTX-SR 통합 로드맵 제시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감사원 지적을 이유로 기본급의 80%만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문제 삼고 있으며, 철도 안전 대책도 현장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TF 논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파업 당시 수도권 전철 운행률이 평소의 76.5%로 떨어진 전례를 고려하면 출퇴근길 혼잡은 불가피합니다.

서울교통공사 소속 3개 노조는 12일 공동 총파업을 선언했습니다. 인력 감축안과 정부 가이드라인(3%) 대비 낮은 임금 인상률(사측 1.8%)이 핵심 쟁점입니다. 이미 준법 운행(태업)에 돌입해 시민 불편이 시작됐습니다. 9호선 2·3구간 노동자들도 11일 총파업을 예고하며 인력 충원 약속 이행을 요구하고 있어 수도권 대중교통 전반에 압박이 커지고 있습니다.

■ 왜 하필 지금인가…예산 결정을 앞둔 ‘12월의 골든타임’

▲임금차별·수당체불 등 개선을 요구하며 사상 첫 총파업에 돌입한 IBK기업은행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집회를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임금차별·수당체불 등 개선을 요구하며 사상 첫 총파업에 돌입한 IBK기업은행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집회를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서로 다른 요구를 가진 노조들이 파업 시점을 12월로 모으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예산 확정의 법적 시한이 바로 12월이기 때문입니다.

지자체와 교육청 예산은 행정안전부 기준에 따라 11월에 의회에 제출되고, 12월 말까지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됩니다. 인력 충원, 임금 인상, 근로환경 개선 등 재정이 수반되는 핵심 사안은 이 시기를 놓치면 내년도 반영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노조 입장에서는 12월이 행정부와 의회 모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골든타임)가 됩니다. 학교 비정규직이 국회 앞 농성을 이어가는 이유도, 철도·지하철 노조가 예산 심의 일정에 맞춰 파업을 예고한 것도 결국 이 구조 때문입니다.

또한 연말은 이동 수요·학사 일정·각종 행사가 몰리는 시기입니다. 같은 파업이라도 이때 발생하면 시민 불편이 극대화되고, 이는 곧 정부·지자체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져 노조의 협상력이 가장 커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 ‘필수유지업무’ 있어도 불편 불가피…구조 자체를 바꿔야

▲지난해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단체행동 등을 예고한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조합원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지난해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단체행동 등을 예고한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조합원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철도·도시철도 등은 노동조합법상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 있어 파업 시에도 일정 비율의 인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지하철은 출퇴근 시간엔 운행률 100%, 그 외 시간대는 노선별 65~79% 유지해야 하고, 철도는 KTX·일반열차 모두 약 60% 내외의 필수 운행률이 적용됩니다.

그러나 대체 인력 투입 한계, 배차 간격 증가, 혼잡 심화 등은 고스란히 시민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연말처럼 이동 수요가 많은 시기에는 운행률이 조금만 낮아져도 체감 불편은 대폭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같은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교섭시기 분산을 통한 연말 집중 완화 ▲안전·인력 예산의 중장기 독립성 확보 ▲보다 현실적인 비상·대체인력 운영체계 마련 등의 구조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지금의 연말 파업은 노조의 강경함 때문만이 아니라, “12월에 싸우지 않으면 바꿀 수 없는” 예산·교섭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이기도 합니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내년 겨울에도 우리는 비슷한 뉴스를 다시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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