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지난해 10월 대통령 관저 만찬 자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등을 지목하며 "잡아 오라.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3일 내란 우두머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의 속행 공판을 열고 곽 전 사령관을 증인으로 소환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도 재판에 직접 출석했다.
이날 곽 전 사령관은 지난해 10월 1일 국군의날 당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열린 모임의 상황을 진술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그날 관저 주거공간에서 군 수뇌부와 함께 만찬 자리를 마련했으며, 자리에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등이 함께했다.
윤 전 대통령은 해당 만찬이 국군의날 행사 후 간부들을 격려하기 위한 자리로, 술을 곁들인 비공식적이고 가벼운 모임이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곽 전 사령관은 즉흥적인 자리가 아닌 며칠 전부터 연락을 받은 계획된 만찬 자리였으며, 해당 모임에서 총살을 언급하는 등 비상대권 관련 내용까지 언급됐다고 증언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에게 "내가 우리 관저에서 군 수뇌부들이 고생을 했기 때문에 그걸(식사를) 하려고 장관에게 모아보라고 했더니 장관이 '각자 자대에 귀대해야 하니 서울에 있는 몇 사람만 부르시죠' 해서 모임이 된 것"이라며 계획된 자리가 맞냐고 물었다.
이에 곽 전 사령관은 "전에 여인형에게 분명히 들었다"며 "미리 연락을 받아서 사복을 챙겨서 사복으로 갈아입고 갔다"고 대답했다.
윤 전 대통령은 "앉자마자 소주, 소맥, 폭탄주 돌리기 시작하지 않았냐"며 "거기서 무슨 시국 이야기를 할 그런 상황은 아니지 않았냐"고 재차 물었다.
곽 전 사령관은 "그렇게 말씀하시니 지금까지 말 못했던 부분을 말하겠다"며 "한동훈 이야기를 분명히 했다"고 대답했다. 곽 전 사령관은 "한동훈과 일부 정치인을 호명하면서 '잡아 오라'고 했다.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고 하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곽 전 사령관의 증언을 들은 윤 전 대통령은 소리 내며 웃은 뒤 별도의 질문을 하지는 않았다. 이후 윤 전 대통령 측은 즉시 반박 입장문을 내고 곽 전 사령관의 진술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곽종근 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한동훈을 총으로 쏴 죽이라고 했다'고 주장한 부분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변호인단을 포함해 저희 모두 처음 듣는 이야기이며, 윤 전 대통령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변호인들이 직접 여쭸을 때 윤 전 대통령은 수차례 '한동훈을 내가 왜 체포하거나 잡아오라고 하겠느냐, 그게 말이 되느냐'라고 말했다"며 "곽 사령관의 진술은 그간 일관성이 부족하고 발언이 자주 바뀌어 온 점에 비춰 해당 내용이 사실인지 매우 의문스럽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