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년간 1.5조 투자…첫 투자처는 울산

HS효성이 차세대 배터리 핵심 소재인 실리콘 음극재 시장에 진출한다. 원천기술과 지적자산을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의 ‘가치경영’ 전략의 일환으로, 이번 투자를 통해 그룹 성장을 위한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는 평가다.
3일 HS효성은 1억2000만 유로(약 2000억 원)을 투자해 벨기에 유미코아의 배터리 음극재 자회사 엑스트라에너지머티리얼즈(EMM)를 인수하고, 유미코아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실리콘 음극재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거래는 당국의 승인을 거쳐 최종 마무리될 예정이다.
유미코아는 100년 이상의 첨단소재 연구개발 역사를 가진 글로벌 기업으로, 배터리·촉매·반도체·방산·우주항공 등의 분야에서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퀴리 부인이 연구 활동을 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HS효성은 유미코아의 원천기술을 토대로 차세대 배터리 소재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1조5000억 원을 투자해 대규모 생산체계를 구축한다. 첫 투자처는 그룹 모태인 울산으로 낙점됐다.
실리콘 음극재는 흑연을 실리콘으로 대체해 기존 대비 에너지 밀도를 최대 10배 이상 높일 수 있는 차세대 소재다. 주행거리 향상은 물론 급속 충전 구현도 용이하다. 전기차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에 따라 로봇, 드론 등 배터리 수요처가 늘어나는 가운데 다른 배터리 소재의 기술 개발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실리콘 음극재의 잠재력이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 음극재 중 실리콘계 비중은 1% 수준에 불과하지만, 향후 10년 내 6%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 규모도 올해 21억 달러(약 3조 원)에서 2035년 70억 달러(약 10조 원)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HS효성은 이번 투자로 확보한 원천기술을 활용해 반도체, 화장품 소재 등 정밀화학 및 스페셜티 화학 분야로 사업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 부회장은 이번 인수를 위해 코로나19 전부터 유미코아를 수차례 직접 방문했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준비 기간에도 협상을 위해 철야 미팅을 불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HS효성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차세대 배터리 핵심 소재 투자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 경쟁력 확보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울산 투자를 통해 고부가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