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부족’ 실수요자 대혼란…노도강 등 지역 반발 확산 [10·15 대책 후폭풍]

입력 2025-10-1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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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V 70→40%, 대출한도 10억5000만 원서 5억7000만 원 급감


“이직으로 인해 집을 알아보던 중 대출 규제로 인해 막막해졌습니다. 급한 마음에 찾은 은행에서는 내려온 지침이 없어 기다리라는 답변만 돌아와 왕복 4시간 장거리 통근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서울 및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10·15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고가 거래 등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지만 대출 수요층인 실수요자들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전문가들은 자금 여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의 자가 마련은 불가능 해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어느 정도 자본을 갖춘 경우엔 무리한 아파트 매매보단 빌라 매입이 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1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전날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 25개 자치구와 경기 과천·광명·성남(분당·수정·중원)·수원(영통·장안·팔달)·안양 동안·용인 수지·의왕·하남 등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했다. 규제지역의 무주택자와 처분조건부 1주택자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에서 40%로 축소된다. 또한 이 지역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2년간 실거주 의무가 부과된다.

실수요자들의 자가 마련은 더욱 어려워졌다. 기존 10억 원 아파트를 구매할 경우, 주택담보대출 한도 6억 원이 적용돼 현금 4억 원을 보유하면 대출 6억 원을 받아 매매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으로 인해 LTV 40%가 적용되면서 대출 한도는 4억 원으로 2억 원 줄었다. 현금 6억 원이 필요해진 셈이다. 집값이 8억 원일 경우, 현금 보유 규모는 기존 2억 원에서 4.8억 원으로 12억 원 일 경우 기존 6억 원에서 7.2억 원으로 늘어난다. 반면 15억 원 아파트에 가까울수록 대출 규모의 차이는 적다. 대출 한도가 6억 원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15억 원 아파트의 경우 LTV가 70%일 때나 40%일 때나 대출 규모는 6억 원으로 동일하다.

꽉 막힌 대출 규제로 실수요자들은 패닉에 놓였다. 강원도 춘천시에 거주 중인 김모(30)씨는 이직으로 인해 조건부 매도를 계획했으나 1주택자로 대출이 막힐 가능성이 커졌다. 김씨는 “서울로 이직해 서울 진입을 고려했으나 1주택자 꼬리표로 인해 대출이 어려울 것 같다”면서 “왕복 4시간 통근하거나 경기권으로 눈을 돌려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도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이 사실상 불가해졌다고 진단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은 “현재 정부의 대책은 현금을 가진 부자가 아니면 집을 사지 말라는 시그널을 준 것”이라면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은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본지 자문위원)도 “대출 규제로 인해 자기자본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실수요자들은 주택 매수가 어렵다”고 말했다.

▲롯데월드타워에서 내려다 본 서울 아파트 전경.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롯데월드타워에서 내려다 본 서울 아파트 전경.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현시점에서 실거주자들에게는 아파트보다 빌라가 현실적 대안으로 꼽힌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지금은 아파트를 무리하게 사기보다 재개발 추진이 가능한 지역의 빌라를 검토하는 것이 낫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빌라가 투자와 실거주 모두에서 나쁜 선택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대출받아 10억 원대 20~30년 된 구축 아파트를 매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향후 되팔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출구 전력이 없는 매수는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윤 위원은 “5억~6억 원대 자금을 가진 경우라면 아파트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것보다 빌라 투자 쪽이 현실적일 수 있다”며 “투자 목적이든 실거주 목적이든 지금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 연말 이후 시장 조정을 지켜본 뒤 움직이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도 “최근 부동산 시장은 청약도 당첨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모아타운‧신속통합기획 등 정비사업 호재가 있는 서울 내 빌라 매매가 좋은 선택일 수 있다. 다만 장기간으로 보고 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정부가 규제지역으로 재지정한 서울 21개 구 가운데 8개 구는 아파트값이 하락한 지역으로, 이들 지역의 반발과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2년 12월 대비 지난달까지 2년 9개월 새 서울 도봉구의 아파트값은 5.33% 떨어졌다. 이어 금천구(-3.47%)·강북구(-3.21%)·관악구(-1.56%)·구로구(-1.02%)·노원구(-0.98%)·강서구(-0.96%)·중랑구(-0.13%) 순으로 하락 폭이 컸다.

정부는 이번 서울·경기 규제지역 지정이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상승률과 물가상승률 등의 정량적 요건과 과열·투기 우려 등의 정성적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파트값이 떨어진 지역까지 일괄·획일적으로 규제지역으로 지정한 것은 자칫 부동산 시장 전체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오르지 않은 지역까지 선제적으로 규제지역으로 지정한 것은 과잉 규제"라면서 "부동산 거래가 급감하면 경제 활성화에도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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