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커져가는 ‘X이벤트’에 대한 우려

입력 2025-10-13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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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 (사)케이썬 이사장/미래학회 고문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한국 사회는 예상치 못한 계엄사태 이후 응원봉 시위, 대통령 탄핵과 대선이라는 격동의 시간을 겪었다. 미래학자의 관점에서 ‘12·3 계엄’은 전형적인 X이벤트(X-Event)라고 할 수 있다. X이벤트는 시스템 전체를 뒤흔드는 예기치 못한 대전환 사건을 의미한다. X이벤트는 기업, 국가, 글로벌 차원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일단 발생하면 기존 질서의 근간을 송두리째 바꾼다.

내재된 갈등 과소평가…폭발땐 체제 흔들어

역사를 돌아보면, 2001년 9·11 테러는 미국의 재난이 아니라 중동의 국제 질서와 전 세계 안보 페러다임을 뒤흔든 X이벤트였다.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의 금융 부실에서 촉발되어 세계 경제를 장기 불황으로 빠뜨렸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역시 중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를 멈춰 세운, 인류 문명의 시스템적 충격이었다. 이들 사건은 모두 소수 전문가가 사전에 위험을 경고했음에도, 다수의 주류 담론에서는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던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었다.

이와 유사하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이에 대한 이스라엘의 중동 지역 전쟁 확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오랜 구조적 갈등이 누적되다가 어느 순간에 폭발해 시스템 전체를 흔든 사례들이다. 이러한 사건은 돌발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오래된 갈등이 시스템 내부에 내재화된 결과다. 문제는 우리가 이런 내재된 갈등을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폭발 가능성을 과소평가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역사적 경험은 단 1%의 가능성으로도 체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음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X이벤트는 예상할 수는 있지만, 언제 어떤 계기로 발생할 것인지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최근 몇 년간 국제 질서는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하다. 디지털 기술이 가져온 초연결성, 글로벌 공급망, 실시간 정보 네트워크는 세계를 하나로 엮었지만, 동시에 위기도 순식간에 확산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국지적 사건이 순식간에 글로벌 경제와 안보 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 리스크 체제’ 속에서 X이벤트의 파급력은 더욱 커졌다.

이제 불안정성의 중심은 오히려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때 국제 질서의 안정추 역할을 해온 미국이,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노선 아래에서 극단적인 정책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동맹과의 관계는 균열되고, 무역질서는 일방적 관세정책으로 뒤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막대한 재정 적자와 사회 내부의 양극화, 인종·이민 갈등, 정보 왜곡이 겹치면서 ‘미국 내전 가능성’이라는 금기어가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직 내전 가능성을 낮게 보지만, 문제는 대중 인식의 변화다.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내전과 국가 붕괴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고, 트럼프 정부의 주방위군 동원, 반이민 시위의 격화 등은 ‘설마’가 ‘현실’로 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나의 촉발 사건(Trigger Event)이 발생하면, 미국 내부의 사회 정치적 균열이 급속히 폭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내부결속 다지고 사안별 대책 마련을

만약 미국이 내전적 상황으로 치닫는다면, 국제 무역질서와 금융체계는 물론 동아시아의 안보 지형 또한 극도의 혼란에 빠질 것이다. 미국에 의한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 대만과 중국의 충돌, 북한의 군사 도발, 남중국해 분쟁의 확전 등 연속적 X이벤트가 촉발될 수 있다.

이러한 X이벤트에 국가와 기업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우선 여러 경우를 대비한 시나리오 플래닝이 필요하다. 상황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히고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충격에 대한 복원력을 갖춰야 하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내부의 인식과 의지를 통일하는 것이다. 내부가 분열되어 있으면 외부의 충격에 쉽게 흔들리고 지리멸렬하게 된다는 것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신호를 읽고 대비하는 자만이 미래의 주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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