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 비상대책위원회가 정부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에 대해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분리,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명분은 구호에 불과하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특히 이번 사안은 국가 금융시스템의 근간을 좌우하는 만큼, 공개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18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개편안의 실상은 기관장 자리 나눠 먹기를 위한 금감원 해체이며 공공기관 지정이라는 목줄을 채워 금융감독을 금융정책에 더욱 예속시키려는 불순한 획책"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금감원이 수행하는 △금융사 건전성 감독 △영업행위 감독 △금융소비자 보호는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된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데, 이러한 세 업무를 인위적으로 분절하면 금융소비자 보호는 오히려 약화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불필요한 사회적‧경제적 비용도 발생시킨다고 우려했다.
비대위는 "기관 간 책임회피, 감독 사각지대 발생, 기관 분리에 따른 비용 증가, 중복 규제뿐만 아니라 심지어 양 기관의 모순적인 규제까지 기관 분리에 따른 부작용은 이미 쌍봉형 감독체계를 도입한 영국이나 호주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특히 호주의 초대형 보험사(HIH) 파산, 최대 연금 운용사 트리오캐피탈의 대규모 금융사기 사건 등은 양 감독기관 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정보공유가 원활하지 않아 발생한 금융감독 실패사례로 평가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은 금융감독체계를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전으로 퇴보시킨다는 입장도 전했다. 비대위는 "1997년 IMF가 외환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독립성이 결여된 금융 감독체계를 지적하며 운영과 예산의 자율성을 가진 통합감독기구 설치를 요구해 금감원이 출범했다"며 "이번에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재정경제부의 경기활성화, 금융산업 육성을 위한 부속품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비대위는 "IMF는 2020년 우리나라의 금융부문 연례 평가에서도 금감원에 더욱 많은 운영과 집행 권한을 부여하라고 주문한 사실이 있다"면서 "전문가들도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경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 선진국 시장 편입 및 코스피(KOSPI) 5000 달성이라는 목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사유로 제시된 '민주적 통제 필요성'에 대해 '왜곡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비대위는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의 예산 승인을 받고 매년 국회의 국정감사를 받고있다"며 "민주적 통제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면, 그것은 재경부 관료가 아니라 국민의 직접적 대표기관인 국회의 통제여야 관치금융의 폐해를 막으면서 민주적 정당성을 더욱 강화하는 조치"라고 말했다.
이에 금감원 비대위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중대한 사안인 만큼, 금융위 설치법 개정의 졸속 추진을 중단하고 공개적 논의와 충분한 숙의를 거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금융소비자보호의 독립성과 중립성 강화를 위해 금감원장을 인사청문 대상에 포함하고, 국회가 금감원의 소비자보호 업무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아울러 금감원장에게는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조직 구조와 운영, 업무 절차 전반에 걸친 쇄신안을 마련해 국민 앞에 제시하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