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구금한국인 귀국 실무 절차 착수…“다수가 자진출국 희망”

워싱턴 총영사 등 현장대책반, 두 차례 걸쳐 준비 절차 진행
“미국 협조로 기술적 문제 해결 중…외국인 번호 부여 절차 완료 예정”

▲조기중(가운데) 워싱턴 총영사가 8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의 이민단속으로 체포된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수감돼 있는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로 향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포크스턴(미국)/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미국 이민당국의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이민 단속으로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들의 귀국을 위한 실무 절차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를 비롯한 외교부 현장대책반 관계자들은 8일(현지시간) 300여 명 한국인 근로자들이 수감된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을 찾아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귀국을 위한 실무 준비를 진행했다.

현재 근로자들은 자진 출국을 선택해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구금시설에 남아 체류 자격 적법성을 미국 이민법원에서 다투는 두 가지 선택지를 갖고 있다.

조 총영사는 오후 방문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안에 계신 분들을 다 뵙고 (전세기) 탑승에 필요한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자진 출국에 얼마나 동의하는지에 대해 조 총영사는 “다 한국에 가시는 것을 좋아하신다. 바라신다”고 답했으나 잔류 희망자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그는 “미국 측 협조를 받아서 여러 기술적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있다”며 “미 이민당국의 외국인 번호(A-넘버·Alien number) 부여 절차도 이날 중 완료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번호는 추방 절차 대상자 등에게 부여되며, 이민당국이 기록을 관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절차로 출국 전에 마무리 돼야 한다.

구금자들이 자진 출국을 선택할 경우, 향후 미국 입국에 불이익이 따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조 총영사는 “이미 미국에 마련돼 있는 제도를 참고하면 된다”며 “자진 출국은 강제추방과 달리 5년간 입국 제한 조치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현장대책반은 9일에도 다시 구금시설을 찾아 구체적인 귀국 준비를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한미 양국 간 최종적인 고위급 협의를 위해 방미길에 오른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르면 9일 워싱턴D.C.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 직무대행을 만나 구금자들의 향후 재입국 제한 등 각종 불이익 배제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4일 미 이민 당국이 조지아주 서배너 인근 엘러벨에 위치한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인 단속 작전을 펼치면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인 300여 명을 포함해 총 475명이 체포돼 구금됐다.

구금된 한국인들은 현재 포크스턴 구금시설과 여성 직원이 수용된 스튜어트 구금시설 두 곳에 나뉘어 닷새째 억류된 상태다. 한국 정부는 이들이 강제 추방이 아닌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할 수 있도록 미국 측과 지속적으로 협상을 벌여왔다.

조 총영사는 목표로 삼고 있는 10일 전세기를 띄워 구금자들을 귀국시킬 수 있을지 묻는 말에 “날짜와 관련해서는 제가 말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공식 발표는 서울에서 확인해 달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