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 라인 정리부터"⋯네 갈래 정책·감독권한에 금융권 혼란 가중 [정부조직 개편 후폭풍]

입력 2025-09-0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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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금융사 격변 예고에 대책 마련 고심
금감원 노조 반발 설명, 파업 투표 추진
금융위 "기관 간 책임 떠넘기기 우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17년 만에 금융감독체계의 격변이 예고되면서 금융권이 혼란에 빠졌다. 기획재정부에서 분리된 재정경제부에 국내 금융 정책이 이관되고 금융감독원에 더해 금융감독위원회, 금융소비자보호원이 신설되면 감독 권한이 세 갈래로 나눠지는 등 ‘눈치 볼 곳’이 지금보다 두 배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이 대응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정부 조직이 예정대로 개편되고 안정화되기까지 상당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사들은 전날 정부와 여당, 대통령실이 협의한 정부 조직 개편안에 따른 후속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당장 정부, 국회 소통 창구인 대관(對官) 라인 재편을 두고 고심 중이다. 정책·감독 권한이 네 곳으로 분산됐지만 각각의 역할이 뚜렷하게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보고와 협의 창구가 불분명해 내부적으로 대응 방향을 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관마다 요구사항이 다를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금융사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감독기능 비대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로운 체계 초창기에 금융기관들이 성과 경쟁 때문에 관치 금융 압박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효과적인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정부 조직 개편 당사자인 금융당국은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금감원은 내부의 금융소비자보호처가 금소원으로 격상ㆍ분리된다. 공공기관 지정도 앞두고 있다. 이날 금감원 노조는 성명을 통해 "금감원 조직 분리는 국민을 위한 개혁이 아니라 자리 나누기식 개편"이라며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정치적 입김과 외부 압력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반발했다.

이찬진 원장이 내부 공지를 통해 "안타깝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이 원장은 "감독체계 개편이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과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금감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의 인사교류, 직원 처우 개선 등을 통해 걱정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금감원 노조는 조합원 쟁의행위(파업) 결정을 위한 찬반 투표 상정까지 추진 중이다. [단독] 이찬진,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안타깝다" 보도 참조

사실상 해체되는 금융위원회 직원들도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세종 이전 부담과 인재 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책 효율성 저하와 책임 떠넘기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조직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도는 하나로 이어져 있는데 법과 시행령은 재경부가 맡고 감독규정은 금감위가 맡게 되면 업무 처리 과정이 애매해 질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시행령은 재경부', '감독규정은 금감위'라며 서로 책임을 떠넘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영국은 금융위기 이후 감독기능을 분리했지만 감독기관의 무능과 불투명성이 문제로 지적돼 다시 개편 논의에 들어갔다. 호주도 이원화 모델을 두고 "구조적 결함이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정책과 감독을 구분하되 위기 상황에서 공동 대응 기구를 가동하거나 내부 부서를 엄격히 구분해 대응력을 보완하고 있다.

시선은 정치권으로 향한다. 더불어민주당은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회 정무위원회를 주도하는 국민의힘이 "밀실 졸속"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여야 합의가 무산될 경우 패스트트랙으로 강행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 경우 최소 6개월 이상 절차가 지연된다. 금융위 내부에서도 "해체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야당이 주도권을 쥔 상황에서 윤한홍 정무위원장이 얼마나 균형 있게 국회를 운영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조직개편이 지연돼 발생하는 혼란은 모두 정부가 감당할 몫"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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