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지 않으면 함께 뒤처져"⋯ 한일 '경제동맹' 격상 [K-기업 재팬 러시]

입력 2025-09-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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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외교에서 스타트업까지…日 공략 확장
한국 제조·일본 소재·금융…‘궁합형 동맹’ 부상
불신의 시대, 공급망 생존 위한 필연적 결합

한일 경제협력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노 재팬’ 구호가 거리를 메웠지만,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양국은 더 이상 등을 돌릴 수 없는 동반자가 됐다. 재계 안팎에서는 “함께 가지 않으면 함께 뒤처진다”는 위기 인식이 공유되고 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현대차·SK·LG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잇달아 일본을 찾는 것은 이 같은 맥락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에만 12차례 일본을 방문했고, 올해는 도쿄 오테마치에 개인 사무실을 마련하며 사실상 ‘제2 일본삼성’을 띄웠다. 단순 판매망 확대가 아니라, 일본을 글로벌 네트워크 재편의 핵심 허브로 다시 세우려는 구상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도요타와 손잡고 수소차·연료전지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 경쟁을 넘어 충전 인프라·글로벌 표준을 공동으로 논의하는 이른바 ‘수소 동맹’은 미래 모빌리티 규칙을 함께 짜는 행위다. 일본 후지산 인근에서 출범한 ‘현대모터클럽 재팬’은 브랜드 경험을 현지 사회와 공유하며 장기적 기반을 다지는 시도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일본 전담 조직 ‘SK재팬’을 출범시키고 현지 집무실을 마련했다. 그는 “질 좋은 데이터가 제조업 생존의 핵심 자산”이라며 “한국과 일본이 AI 제조 플랫폼을 공동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SK텔레콤은 지난 5일 도쿄에서 ‘K-AI 얼라이언스 글로벌 밋업’을 열고 현지 대기업·VC와 한국 스타트업을 연결했다. 이와 함께 SK텔레콤은 일정 공유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일본 스타트업 '타임트리'에 22억엔(약 207억원)을 출자할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이 AI 에이전트 분야에서 외국 기업과 제휴하는 것은 처음이다. 협력이AI·데이터 신산업 생태계로 확장되는 장면이다.

LG그룹 역시 일본 완성차 업체와 전장부품 협력을 강화하고, OLED TV 시장에서 점유율 38%를 기록하며 ‘품질 LG’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한국 제조 경쟁력과 일본의 기술·시장 네트워크를 결합해 글로벌 공급망 새 판을 짜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양국은 구조적으로 ‘궁합’이 맞는 파트너다. 한국은 대량생산·마케팅·속도전에서 강점을, 일본은 소재·부품·금융·시장조사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은 지난해 11월 한일 수교 60주년을 앞두고 열린 포럼에서 “양국이 강점을 합치면 제3국 시장에서 더 큰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가 일본에 첨단 패키징 연구개발(R&D) 거점을 두고, SK하이닉스가 일본 키옥시아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 것, LG에너지솔루션이 도요타통상과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합작법인을 세운 것도 모두 같은 흐름이다.

배터리·AI·반도체 등 미래 산업에서도 협력은 불가피하다. 일본은 황·리튬황 등 차세대 배터리 소재에서 앞서 있고, 한국은 대량 양산·원가 경쟁력에서 강점이 있다. 닛토보가 독점하는 고성능 유리섬유 ‘티글래스’ 역시 한국 기판 기업에 필수 소재다. 반대로 일본 기업도 한국의 고밀도 설계·가공 역량 없이는 시장을 넓히기 어렵다.

코트라 도쿄무역관은 “디지털에 강한 한국과 기초과학에 강한 일본은 AI·양자통신 등 첨단 분야에서 협력이 가능하다”며 “일본은 ‘시간 투자형 시장’인 만큼 신뢰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중 무역 전쟁 등 글로벌 질서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급망 문제가 이제 경제안보의 문제로 부상했다"며 "미국과 중국이 각각 동맹과 함께 우위를 확보하려 하면서 공급망의 ‘블록화’가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신뢰 부족이 각국을 유사 성향 국가와 묶이게 하고 있다"며 "불신의 국제질서 속에서 한일 협력이 ‘필수적 동반자 관계’로 이동하는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은 지난해 펴낸 ‘글로벌 대한민국의 새로운 한일협력’ 보고서를 통해 “지정학적 요인과 중국의 기술·산업 경쟁력 강화로 한·중, 일·중 연결망이 약해지고 있다”며 “한일 기업들은 중국을 대체할 공급망을 상대국에서 찾아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 공략은 단순한 시장 확대 전략이 아니다”라며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 한국과 일본이 함께 살아남기 위한 구조적 해법이자, 기술과 데이터의 새로운 동맹으로 가는 여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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