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형사사법 기능 ‘공백 없는 정교한 개선’ 논의 기대하며

입력 2025-09-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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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진단과 제언] ‘형사사법 개편’ 국민 불편 없어야

‘중수청 설치’가 핵심…“매우 우려스런 방향”
수사는 형사사법 본질…행정‧안전 업무 아냐

▲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형사그룹’ 김정환(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가 2023년 3월 16일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 법무법인 태평양 회의실에서 이투데이와 [혁신 로펌 열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형사그룹’ 김정환(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가 2023년 3월 16일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 법무법인 태평양 회의실에서 이투데이와 [혁신 로펌 열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과거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해 담합했다는 혐의로 거액의 벌금형을 부과 받았고, 주요 임직원들까지 실형을 선고받아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당시 언론 관심은 ‘우리나라 기업인들이 미국에서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에 쏠렸던 것 같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우리가 ‘기업 천국’으로 알고 있는 미국은 왜 담합을 엄격하게 형사처벌 하는가?

그 이유는 명확하다. 담합은 시장경제 토대인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질서를 흔들어 ‘소비자 후생(Consumer Welfare)’을 위협하는 불법행위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 반독점국이 유기적으로 협력함으로써 담합에 대한 엄격한 법집행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시장경제의 파수꾼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사회가 전문화되고 시장 환경이 복잡다단해짐에 따라 시장질서를 훼손하거나 다수 서민 피해를 양산하는 경제범죄도 날로 지능화‧고도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계열사 간 거래구조 속에 감춰진 부당지원 내지 사익편취 행위, 복잡한 증권‧파생‧선물 거래를 통한 사기형 범죄나 불완전 판매행위, 해외 거래나 우회 증여를 통한 거액의 탈세행위 등을 기본적인 형사 지식이나 일반적인 수사 경험만으로 제대로 대응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혐의점을 제대로 짚어 내고 범죄 성립 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데 해당 분야에 관한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공정거래위원회‧금융감독원‧국세청 등 전문 기관들이 경찰을 대신하여 기초적인 조사업무를 맡아온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국가수사위원회를 신설하는 ‘검찰 개혁 입법’ 논의가 본격화한 가운데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국가수사위원회를 신설하는 ‘검찰 개혁 입법’ 논의가 본격화한 가운데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경제범죄 날로 지능화‧고도화

전문기관서 우선 조사한 사건,
검찰 넘겨받아 진행하는 구조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검찰 개혁’ 논의는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전면적으로 제한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을 설치하겠다는 구상이 핵심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방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복잡한 재산범죄나 공정거래‧자본시장‧금융상품‧조세‧관세 분야 사건은 수사에 있어 상당히 숙련된 전문성을 요한다. 게다가 이런 분야는 통상 전문성을 갖춘 국가기관에서 먼저 시작한 사건을 검찰이 넘겨받아 진행하는 구조이지, 검찰이 인지수사를 주로 해왔다거나 검찰의 직접수사로 인해 문제가 불거졌다고 볼 분야도 아니다.

전문 분야 범죄에 대한 실효적이고 정확한 법집행이라는 목표를 놓고 생각해 보면 분야별 특성을 도외시하고 검찰의 수사 기능을, 그것도 보완수사까지 일률적으로 제한해야 할지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과 숙의가 필요하다.

분야별 특성 무시…‘보완수사까지 일률적 제한’ 숙의해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둘지 법무부에 둘지도 수사업무의 성격이라는 본질에서 출발하여 생각할 문제이다. ‘수사’는 행정이나 안전에 관한 업무가 아니라 국가의 ‘형사사법’에 관한 업무이다. 업무성격상 중수청은 법무부에 소속되는 게 당연하다. 앞서 예로 든 복잡한 재산범죄나 공정거래‧금융‧조세 등 전문 분야 사건의 경우를 보자.

이런 류의 사건을 수사할 때는 법령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능력, 계약관계나 법률행위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중수청을 법무부 산하에 두는 것이 수사실무상으로나 업무수행의 효율성 면에서 바람직한 이유다.

형사사법 체계의 구조적인 개편은 국민 실생활과 온전히 맞닿아 있다. 국가의 형사사법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분야나 공백이 생기지는 않는지, 국민들이 겪을 불편함은 없겠는지를 따져 정교한 개선 논의가 진행되기를 기대해본다.

▲ 이재명 대통령 ‘검찰 개혁’ 공약. (그래픽 = 손미경 기자 sssmk@)
▲ 이재명 대통령 ‘검찰 개혁’ 공약. (그래픽 = 손미경 기자 sss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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