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피해액까지 금융사에 물어내라는 정부…금융권 “책임 떠넘기기” 반발 [보이스피싱과의 전쟁]

입력 2025-08-2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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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과실 배상책임 추진에⋯“금융사가 가해자인가”
도덕적해이, 거래 지연, 창구 직원 부담 등 부작용
정부 “업계 의견 반영해 균형 맞출 것”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보이스피싱 범죄 근절 대책 중 하나로 금융사에 ‘무과실 배상책임’을 도입하자 금융권이 강하게 반발했다. 피해자가 사기범 유인에 속아 직접 이체한 경우에도 은행 등 금융사가 피해액 전부를 배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28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 일환으로 금융권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영국·싱가포르 등 무과실책임제를 운영 중인 해외 사례를 참고해 보이스피싱 예방책임이 있는 금융사가 피해액 일부나 전부를 배상할 수 있도록 제도화할 계획이다. 배상에 필요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수사기관의 정보 제공 근거도 마련한다.

김태훈 금융위원회 금융안전과장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피해자가 범죄자에게 속아 직접 이체한 경우에도 일정 범위 내에서는 금융사가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이번 제도의 핵심”이라며 “금융사가 일정 책임을 지게 되면 인력과 기술을 고도화해 범죄 예방 효과도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이런 내용을 담아 연내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입법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금융사들은 ‘비대면 금융사고 책임분담 기준’에 따라 사기 피해에 대해 일부 자율 배상하고 있다. 위·변조 계좌나 제3자 송금에 한한다. 보이스피싱의 경우에도 은행의 책임이 인정될 때 일부 제한적으로 배상한다.

금융권은 정부의 이번 보이스피싱 대책은 “책임 떠넘기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해자가 아닌 금융사에 배상 책임을 지우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는 결국 금융사 호주머니를 열어놓고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기를 당해도 은행이 물어줄 것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도덕적해이가 만연할 것”이라며 “범죄 예방 차원에서도 역효과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현장 직원들의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직접 창구에 와서 거액을 인출하면 직원이 이를 보이스피싱인지 아닌지 완벽히 가려내긴 어렵다”며 “사후에 보이스피싱 자금으로 판명되면 직원 개인까지 페널티가 전가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고객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상 책임이 제도화되면 위험을 피하고자 심사와 확인 절차를 지금보다 더 엄격하게 운영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거래 지연은 불가피하고 고객 불만이 직원들에게 직접 쏟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법제화로 인한 금융권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은행과 카드, 저축은행 등과 충분한 협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김 과장은 “일부 은행과는 논의를 시작했다”며 “제도 도입에는 공감대를 이룬 만큼 금융사에 일방적인 부담이 되지 않도록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금융사에 보이스피싱 전담부서 설치·전문 인력 배치를 의무화한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사의 대응 역량을 정기적으로 평가해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보이스피싱 인공지능(AI) 플랫폼’도 오는 10월 가동된다. 이 플랫폼은 금융회사·통신사·수사기관이 보유한 관련 정보를 통합·공유해 △의심 계좌 지급정지 △피해자 의심 거래 차단 △통신 회선 사전 경고 등을 지원한다.

최근 급증하는 가상자산 연계 수법에 대응하기 위해 가상자산거래소도 범죄 연루 계좌를 지급 정지하고 피해금을 환급할 수 있도록 법제화할 방침이다. 오픈뱅킹을 통한 피해 이체 차단을 위해 ‘오픈뱅킹 안심차단 서비스’도 새로 구축한다.

김 과장은 “국민이 보이스피싱 범죄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최신 범죄 수법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전 정부 부처가 협업해 적극적인 홍보를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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