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살해 후 자살은 ‘동반자살’ 아냐…아동학대 범죄로 규정해야”

입력 2025-08-2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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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편집인협회 생명존중 미디어 포럼 개최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필요”

▲원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5 생명존중 미디어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원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5 생명존중 미디어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아동학대 범죄로 규정하고 피해 아동에 대한 보호와 지원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가해자 중심의 온정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 피해 아동을 중심에 둔 인식 전환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6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2025 생명존중 미디어 포럼’에서는 자살 증가 현황과 함께 자녀 살해 후 자살 문제의 심각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발제자로 나선 원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에 대해 흔히 ‘가족 동반자살’, ‘일가족 자살’이란 용어를 쓰는데 이는 가해자에 초점을 둔 것”이라며 “이는 아동학대 사망이라는 본질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고 피해 아동에 대한 보호·지원 대책을 수립하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고 짚었다.

원 교수는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121건의 하급심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자녀 살해 사건에서 피해 아동이 사망에 이른 경우는 총 56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5건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살인미수 사건 61건 중에서도 47건이 집행유예에 그쳤다.

원 교수는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을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 범죄로 규정하지 않아 아동학대로 처벌할 수 없고, 그에 따라 처벌 수위도 낮다”며 “사법 절차에서 이 같은 사건을 아동학대 범죄로 해석하고 적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위험 사례에 대한 관리 서비스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방자치단체, 경찰, 아동 보호 전문 기관, 법원, 학교, 지역사회 기관 등 다양한 기관 간의 협력체계를 마련해 위기가정 발견과 생존 아동에 대한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원 교수는 “아이를 내 소유가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생명체로 인정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가족주의가 강해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피해 아동이라는 개념이 정립돼야 지원책도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자살 시도자는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모니터링해야”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5 생명존중 미디어 포럼’에서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5 생명존중 미디어 포럼’에서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이날 포럼에서는 한국 사회 전반의 자살 문제도 다뤄졌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어려울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사회적 지지망이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살은 자살에 대한 의지와 자살 실행 능력이 동시에 갖춰질 때 이뤄진다며 자살 수단에 접근하지 못하게 환경을 차단하는 것이 자살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자살 수단에 접근을 제한하는 것은 자살 예방에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라며 “한강 다리에 자살 방지 난간을 높인다든가 생명의 전화를 설치하는 것 등이 그 예”라고 했다.

백 교수는 특히 위기 상황에서의 응급 개입 부족을 지적했다. 그는 “자살을 시도한 사람을 응급실에 이송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자살 시도자는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병원 이송과 평가를 의무화하고 등록 시스템을 도입해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언론보도의 책임을 언급하며 “사건 보도에서 자살 방법이나 추정 동기를 자세히 다루는 건 모방을 부추길 수 있다”며 “대책과 예방 정보를 중심으로 보도해 생명 존중 담론을 확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보건복지부와 언론중재위원회 등이 자살 사건 관련 보도를 자제하고 기사에 ‘자살’이나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 자체도 쓰지 않도록 권고하는 가운데 실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자살 예방 차원에서 언론의 보도는 필요하다는 취지의 논의도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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