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따뜻한 벌점’

입력 2025-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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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경 사회경제부 차장

▲ 박일경 사회경제부 차장
▲ 박일경 사회경제부 차장
한 지방검찰청 관내에서 초등학생이 숨지는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운전자 과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게다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이 아니어서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형사처벌을 강화한 이른바 ‘민식이법’을 적용할 수도 없었다.

운전자 무혐의 의견으로 사건을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검찰은 고민했다.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가 없다니…. 어린 자녀를 잃은 부모의 억울한 심정을 외면할 수 없던 담당 형사 부장은 기소를 결정했다.

하지만 가해 운전자에게는 1심 무죄 판결에 이어 2심까지 무죄가 선고됐다. 하급심 판단에 불복한 검찰은 상고했으나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 이 부장 검사는 수사를 맡은 부부장 검사와 함께 벌점 2점씩을 받았다. 가해 운전자의 업무상 과실을 입증 못한 책임을 지게 된 것이다.

대검찰청은 무리한 기소를 방지하기 위해 1심과 2심에서 연달아 무죄가 나온 사건을 수사한 검사에 감찰을 실시한 뒤 0.5점에서 최대 2점까지 벌점을 부과하는 인사 지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부장 검사는 “후회하지 않는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가도 기소했을 것”이라고 담담하게 심정을 전했다. 당시 사건을 재수사한 부부장 검사 역시 “선배와 뜻을 같이 한다”며 누구를 원망한 적 없다고 한다.

최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의혹’을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제기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상 부정 거래‧시세 조종, 업무상 배임 등 총 23개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를 확정했다. 1심과 2심에 이어 3심까지 검찰은 내리 3연패 당했다.

그러나 이 사건 검찰권 남용에 책임져야 할 검사들은 현재 검찰에 남아있지 않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불기소 권고를 무시하고 기소를 강행한 부장 검사는 검찰을 떠나 금융감독원장이 되는 출세 길을 탔다. 수사 전체를 지휘한 검사 중 한 명은 법무부 장관에 집권 여당 당대표까지 지내는 호사를 누렸고, 다른 한 명은 전국 최대 검찰청이자 핵심 요직 가운데 꽃으로 통하는 서울중앙지검장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무엇보다 이들을 좌지우지한 검찰총장은 이름을 떨치며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에 올랐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분은 지금 자기를 수사하는 검사 선‧후배들이 수사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구치소에서 속옷 시위를 벌이며 드러누웠다.

선처를 받아 마땅한 검사들은 벌점을 받고 인사 불이익을 당하는 동안 본인 잘못에 대가를 치러야 할 검사들은 승승장구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더군다나 현직에 있을 때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던 당당함은 찾아 볼 수 없다. 염치와 체면은 물론 체통마저 사라진 모습에 씁쓸하다.

청산할 것은 청산하고, 책임질 것은 책임져야 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1일 취임하면서 한 말이다. 검사로서 ‘따뜻한 벌점’을 감수하라고 부담을 주려는 의도는 없다. 최소한 양심은 지키는 성숙한 시민의식에 관한 얘기다. 이건 기본이다.

늦었지만 정부가 배임죄를 손보는 김에 소상공인‧중소기업 등 일반 국민에 과도하게 적용되는 형벌 규정을 과징금이나 과태료로 전환한다고 한다. 부처별 매기던 과징금 부과 프로세스 또한 바꾼다. 관련 법안을 다음 달 정기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법의 잣대에도 온기가 느껴지길 기대한다.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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