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대생들이 전원 학교 복귀를 선언하면서 전공의들도 수련병원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의·정 갈등으로 1년 이상 혼란을 겪었던 의료 현장이 정상화될지 주목된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오후 5시부터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 등과 만나 의견을 전달한다. 복귀를 원하는 이들이 수련 과정을 다시 밟을 수 있도록 정부와 병원의 협조를 구하는 한편, 전반적인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전협은 그간 복귀를 강경하게 반대해 왔던 박단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사퇴한 이후 한성존 신임 비대위원장이 취임했다. 한 비대위원장은 대내외 소통을 강조하는 ‘대화파’ 인물로 알려졌다.
대전협은 의대 교수 단체와 접촉해 수련 재개를 위한 협조적 분위기도 다잡았다. 전날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와 간담회를 진행한 이후 공동성명서를 통해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도모하고,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여 국민건강을 수호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라며 “수련 과정의 연속성을 보장하고 전공의에게 최적의 교육 기회가 보장될 수 있도록 교육시간 확보, 지도전문의 확충, 근무 환경 개선 등 전문성 제고를 위한 각종 제도 및 정책 보완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단체는 “전공의 수련에는 정부의 각별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국민의 적극적인 성원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같이 했다”라며 정부와 국민의 지지를 강조했다.
정부가 전공의 복귀를 위한 조건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전공의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을 두고 과도한 특혜라며 비판하는 시각이 적지 않아서다.
대전협은 이달 7일 회원 8458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 수련을 재개하기 위한 선결 조건으로 ‘윤석열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료개혁 실행방안 재검토(76.4%)’가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입대한 전공의 및 입영대기 상태의 전공의에 대한 수련의 연속성 보장, 불가항력의 의료 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등도 요구 사항으로 꼽혔다. 대전협은 19일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다시 한번 전공의들의 의견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에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발적 의사로 사직하고 휴학했다고 주장하며 1년 5개월 동안 의료현장과 교육현장을 떠나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와 의대생은 조건 없이 복귀해야 한다”라며 “정부와 국회는 복귀한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특혜성 조치가 아닌, 법령의 범위 안에서 형평성 논란이 없는 상식적 수준의 지원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함께 수련의 대상인 환자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입법적 조치도 병행해야 한다”라며 “의정갈등에 의한 의료공백 사태의 실제 피해 당사자인 환자에게도 1년 5개월 동안 겪은 환자 경험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입법적 의견을 전달할 기회를 마련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환자 중심 의료개혁’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만큼, 의료계와 환자들 모두의 견해를 청취하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김민석 국무총리와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 등은 대한의사협회를 찾아 의·정 갈등 수습을 위해 협력한다는 상호 의지를 확인했다.
한편 수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주요 대학병원들은 전공의들이 대거 복귀한 이후에도 당분간 병원 정상화를 위한 안정기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각 기관이 모집할 수 있는 전공의 인원이 정해져 있고, 갑자기 모집을 확대하기는 불가능하다”라며 “복귀하려는 이들은 본인이 사직한 기관과 전공 그대로 수련을 재개하고 싶어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는 “사직한 전공의 중 일반의 자격으로 다른 병원에 이미 취업해 수련 과정에 돌아오지 않을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서울에 남는 TO(정원)가 생기면, 지방병원 사직 전공의들의 지원이 몰려 비수도권과 수도권의 의료인력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