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운명 가를 가산 특례…R&D냐 구조조정이냐[약가인하 후폭풍③]

입력 2026-07-30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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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제약업계의 생존을 가를 제네릭의약품(복제약) 약가 인하를 골자로 한 약가제도 개편이 8월로 다가오면서 국내 제약사들의 ‘가산 특례’ 확보전이 본격화했다. 이번 약가 인하의 충격파를 피하기 위해선 정부가 지정하는 ‘혁신형 제약기업’ 또는 ‘준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획득해야 한다. 다만 인증 문턱이 높아져 기업들은 인수합병(M&A)과 연구개발(R&D) 지출 확대 등 활로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제네릭 약가 인하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기업들은 대대적인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제네릭 중심 매출 구조 개선이 불가피한 궁지에 몰렸다. 앞으로 신규 제네릭 의약품 약가 산정률을 기존 53.55%에서 45%로 조정돼 제네릭 매출에 의존하던 제약사들은 매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하지만 혁신형 제약기업은 60%, 준혁신형 제약기업은 50%의 산정률을 각각 적용받아 매출 낙폭을 줄이고, 체질 개선의 말미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받기 위한 문턱은 과거보다 대폭 높아졌다. 연간 매출액 1000억원 이상 기업의 R&D 비중 요건은 매출액의 5%에서 7%로, 1000억원 미만 기업은 기존 ‘연 50억원 또는 매출액 7%’에서 9%로 각각 강화됐다. 미국과 유럽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규정인 cGMP나 유럽연합(EU) GMP를 획득한 기업은 R&D 비율을 기존 3%에서 5%로 높여야 인증을 유지할 수 있다.

기업의 윤리적 수준도 인증 기준에 반영된다. 리베이트를 비롯한 약사법 위반 행위로 행정처분을 받은 횟수가 1회를 초과하면 인증을 유지할 수 없다. 또한 임원의 도덕성도 중대한 평가 요소다. 이사와 감사 등이 배임, 횡령, 불공정거래는 물론, 임직원에 대한 모욕과 성폭력 등의 범죄로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지 않아야 인증이 유지된다. 이같은 정량적 심사 항목에서 100점 만점 중 최소 65점 이상을 획득해야 합격선을 넘을 수 있다.

전체 매출에서 R&D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저히 낮거나, 당장 수십에서 수백억원이 소요되는 대규모 임상시험에 자금을 투입할 여력이 없는 중소·중견 바이오텍부터 휘청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바이오협회의 상장 바이오헬스케어기업 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상장 바이오헬스케어기업들의 매출액 증가율은 규모에 따라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각각 30.0%, 5.7%를 기록했으나, 중소기업은 -0.7%로 고전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40.4%, 8.5% 실적을 올린 반면, 중소기업은 -31.5%로 후퇴했다. 재무적 여유가 없는 소기업은 체질 개선 여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크다.

풍부한 자금력을 보유한 대형 제약사들 역시 위기는 마찬가지다. 매출 기준 상위권 기업으로 꼽히는 제약사 가운데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이 없는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R&D 투자를 더욱 공격적으로 늘리는 한편, 리베이트와 경영 투명성 문제를 해소하는 등 과제가 산적해서다. 종근당은 기존 연구소에서 ‘뉴라테온’과 ‘아첼라’ 등 자회사를 분사해 R&D에 선택과 집중을 강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반면 휴온스는 R&D 전문 비상장 자회사 휴온스랩을 흡수합병하면서 연구 역량을 내재화하고 거버넌스를 효율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 투명성 확보와 내부 규율 강화도 주요한 과제다. 대웅제약은 2017년 불거진 리베이트 의혹에 대한 식약처의 과징금 처분이 지난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자진 취하한 바 있다. JW중외제약 역시 과거 리베이트 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이 확정되면서 인증이 취소된 상태다.

다만 대웅제약은 지난해 기준 매출액 대비 R&D 지출의 비율이 15.65%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같은해 JW중외제약도 매출액의 14.07%를 R&D에 투입했다. R&D 재투자 규모가 정량적인 인증 기준을 충족하는 데 무리가 없지만, 재인증 후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영업 관행을 대폭 뜯어고치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R&D 인프라가 미비한 중소 제약사들도 활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위탁개발(CDO)이나 임상시험수탁기관(CRO)에 지불하는 비용, 외부 기업 및 연구기관과의 공동연구에 투입하는 자금 역시 R&D 투자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서다. 자체 연구소나 연구개발 인력을 직접 확보하지 않은 소규모 기업들 역시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R&D 투자 비율 정량 지표를 충족시킬 수 있는 셈이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반드시 기업 내부에 모든 개발 설비와 역량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어떤 방식으로든지 매출 대비 R&D에 재투자하는 규모를 키우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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