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은 17년 만에 노·사·공 합의로 결정됐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중도 퇴장으로 그 의미가 퇴색했다. 노동계 내에선 최저임금을 10원이라도 더 올릴 수 있었는데도 민주노총이 ‘조직’만 바라보느라 실리를 챙기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10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12차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이 노동계 요구보다 낮은 수준으로 설정한 심의촉진구간을 철회하지 않은 데 반발해 퇴장했다. 결국 노·사·공 9인씩 27인으로 구성된 최임위는 근로자위원 5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23인으로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을 정했다.
이번 최저임금 심의에서 민주노총이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명확하다. 얻은 것은 ‘2.9% 저율 인상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명분이다. ‘내란 세력에 굴복했다’는 조직 내 비판은 면하게 됐다.
반면, 실리를 잃었다. 노·사가 마지막으로 제시한 요구액(10차 수정안) 격차가 200원에 불과했기에 민주노총이 자리를 지켰다면 최저임금을 최종 결정된 1만320원에서 110원 더 높이는 것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퇴장으로 남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근로자위원들은 손해를 보더라도 합의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4표가 줄어든 상황에서 표결로 최저임금을 정하면 경영계에 유리한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계가 제시한 최종안에서 10원이라도 더 올리는 유일한 방법은 공익위원 중재를 통한 합의뿐이었다.
2년 전에도 유사한 상황이 있었다. 의견 차이가 좁아지지 않자 공익위원은 9920원을 중재안으로 내려고 했는데, 민주노총이 거부했다. 이에 최임위는 노·사 최종안을 놓고 표결을 진행했는데, 다수 공익위원이 경영계의 손을 들어주면서 최저임금은 중재안보다 60원 낮은 9860원으로 결정됐다. 당시에도 민주노총의 자충수로 최저임금이 깎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노총의 이 같은 행태는 투쟁 일변도의 협상·논의 방식에 기인한다는 평가가 많다. 강경파의 이해관계에 종속된 경직적 의사결정 구조에선 유연한 협상·논의가 어렵단 것이다.
한편, 민주노총은 16일 전국적으로 총파업대회를 열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이번 최저임금 결정이 총파업대회를 비롯한 향후 투쟁 방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