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가혹행위라고 보긴 어렵다”며 불송치⋯검찰이 기소유예
헌재 “당시 상황 등 고려하면 아동학대 아냐⋯검찰 자의적 판단”

학생과 실랑이를 벌이다 “신발주머니를 가위로 자르겠다”고 말한 초등학교 교사에게 아동학대 혐의를 인정한 검찰의 처분은 잘못됐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말 초등학교 교사 A 씨가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을 내렸다.
기소유예란 혐의가 인정되지만, 정도가 가벼워 피의자를 재판에는 넘기지 않는 처분이다.
담임교사였던 A 씨는 2022년 1월 교실에서 당시 10세의 한 학생이 바닥에 흘린 구슬을 청소하라는 지시를 듣지 않고 나가려 하자, 학생의 신발주머니를 잡아당겨 제지했다.
이후 계속 밖으로 나가려 하는 학생과 A 씨는 신발주머니를 당기며 실랑이를 벌였고, A 씨는 “신발주머니를 계속 놓지 않으면 가위로 잘라버릴 거야”라고 말했다.
이에 학생의 친모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A 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친모가 경찰에 제출한 진단서에는 “담임 선생님과의 상황으로 발현되고 심해진 정서적 스트레스, 심리적 억울함이 있으며 앞으로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할 것 같은 걱정, 선생님에 대한 신뢰감 등 치료적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는 내용이 기재됐다.

하지만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2022년 2월 A 씨의 행동이 피해 아동에 대한 정신적 폭력이나 가혹 행위라고 보긴 어렵다며 불송치 결정했다.
그러자 친모는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추가 조사에 나선 검찰은 A 씨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A 씨는 2022년 9월 검찰의 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행위는 정신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로서 아동의 정신건강‧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정도 혹은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을 발생시킬 정도를 기준으로 한다.
헌재는 A 씨의 훈육 방법이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행위가 발생한 장소와 시기, 경위, 반복성, 피해아동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하진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A 씨가 당시 학생에게 훈육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이는 점, A 씨가 손에 가위를 들고 있었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점, 평소 학생들에 대한 A 씨의 훈육 태도에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는 점, 표현이 1회에 그친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그러면서 “A 씨의 혐의가 인정된다는 것을 전제로 이뤄진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은 자의적인 증거판단, 수사미진, 법리오해의 잘못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A 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