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위기가 고조되면서 건설업계도 긴장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당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것은 아니지만, 중동에서의 갈등 심화·장기화로 국제 유가와 해상 운임이 급격히 오르면 원자잿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그만큼 공사비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23일 외신 등에 따르면 이란 의회는 전 세계 석유 해상 운송량의 약 4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이스라엘에 이어 미국까지 이란 공습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실제로 이뤄질지는 알 수 없으나 이런 소식이 전해진 뒤 국제유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이들의 갈등이 심화하고 주변 지역으로 확산한다면 국제유가는 더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물류망에도 차질이 발생해 물류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건설업계의 발목을 잡은 공사비 상승과 연결된다. 손태승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심화는 공사비 부담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고 물류와 자재 조달비용까지 동반 상승하면서 공급망 리스크 역시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최근 몇 년간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실적 악화에 시달렸다. 투입된 원가율이 높아지는 만큼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4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1.06으로 2020년(100 기준)보다 30% 이상 올랐다.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갈등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건설사들은 예상하지 못한 요인으로 급증한 비용을 나누자고 요구하고 조합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치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지자체의 중재나 공사비 검증까지 가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지금도 공사비는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의무화와 층간소음 규제 강화 등으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 중동 위기 고조는 공사비 상승을 더욱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동 위기가 곧바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화하고 더 심해지면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게 당연하다"며 "무엇보다 가뜩이나 높아진 공사비 부담을 더 키울 수 있어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황이 더 나빠지고 그런 상황에서 경쟁만 치열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경기 악화로 주택을 비롯한 건설시장의 침체가 심해지는 한편 해외에서의 발주가 줄어드는 만큼 국내 시장에서 만회하기 위한 건설사 간 경쟁이 달아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