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 내년도 최저임금은 현재 수준으로 유지되기를 간절히 호소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3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 생존을 위한 최저임금 결정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은 호소문을 통해 “하루하루 버티는 것조차 버거운 고달픈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했다.
이들은 “내수 부진으로 매출은 줄어드는데 원재료비‧임차료‧플랫폼수수료는 계속 올라 지출은 늘어만 간다”며 “현장에서는 ‘어렵다’, ‘힘들다’는 하소연보다 ‘이제는 그만 해야겠다’고 체념하는 말이 더 많이 들린다”고 짚었다.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은 “지난 10년간 최저임금은 약 70% 가까이 올랐고, 이미 경쟁국들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라며 “여기서 또 최저임금이 오르면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대출 연체율, 폐업자 수 등 통계는 발표 때마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사업주 네 명 중 세명은 지금의 최저임금도 버거워한다”며 “무엇보다 엄중한 경제상황과 우리의 어려움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달라”고 호소했다.
식당, 편의점, 도소매업 등 생활밀접업종 소상공인들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학순 신동묘삼계탕 대표는 “사업 규모가 크면 비용을 줄일 여지가 있겠지만, 우리처럼 작은 식당은 인건비가 오르면 더는 못 버틴다”고 하소연했다. 김 대표는 “가격을 올리는 것도 한계가 있고 동고동락한 직원들이지만 최저임금이 오르면 저도 더는 못 버틸 것 같다”며 “다른 곳처럼 내보내고 제가 일을 더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 빚과 폐업에 들어가는 돈이 부담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신용 불량자가 되는 사람이 많다”며 “최저임금을 올리는 게 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지 다시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이택주 오피스디포 관악동작점 대표는 “2015년부터 제 매출 증가율을 보면 연평균 2.7%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2.6%를 딱 맞췄는데 최저임금은 연평균 6.7% 인상됐다”며 “최저임금이 동결되고 주휴수당 부담만 적어져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시급 외에도 주휴수당, 퇴직금, 4대 보험 등 의무적으로 줘야 하는 인건비 항목이 많다”며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그 비용들이 줄줄이 인상되는데 사업주들의 인건비 부담이 과소 평가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태준 세븐일레븐 라마다신설동점 대표는 “최저임금이 낮을 때는 최저임금 인상에 적극 공감했지만, 지금은 최저임금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대부분 편의점은 24시간 운영되지만, 심야에 손님이 거의 없어 매출보다 인건비가 많이 나가는 적자 운영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이라도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진지하게 검토해주기를 바란다”고 토로했다.
제조 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성장 동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곽인학 한국금속패널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경영여건과 노동생산성 개선 없이 인건비만 계속해서 오르면 R&D 등 기업의 성장동력 확보와 미래를 위한 투자는 물 건너간다”고 강조했다.
이재광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 위원장은 “‘IMF, 코로나 때보다 더 어렵다’는 현장의 목소리는 결코 엄살이 아니다”라며 “2년간 폐업과 파산이 급증하는 동안 새로 생겨나는 임금 일자리는 지난 11분기 연속으로 감소한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노동시장 취약계층의 일자리에 악영향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