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3E는 SKㆍ삼성전자의 주력제품
미국 규제로 D램 미세공정 쉽지 않아

중국 D램 제조사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고부가 인공지능(AI)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속도를 올리며 최신 제품 HBM3E(5세대)의 출시 시기를 2027년으로 못박았다. HBM3E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으로, 이번 발표는 AI 주도권 경쟁에 대한 도전장이기도 하다. 관건은 CXMT의 D램 기술력이다. 중국은 미국 수출 규제로 인해 장비 반입 등에 어려움을 겪으며 D램 기술 확보에서 한 발 뒤처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19일 외신 등에 따르면 CXMT는 2027년에 HBM3E를 출시할 계획이다. CXMT는 지난해부터 HBM2(3세대)를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내년에는 HBM3(4세대) 양산을 앞두고 있다.
HBM은 AI 열풍과 함께 핵심 메모리로 급부상했다. 이 중에서도 HBM3E는 가장 높은 부가가치를 지닌 제품으로, 글로벌 1위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공급망에 포함되느냐가 업계 성패를 가를 정도다. D램 제조사들에겐 AI 시대의 생존이 걸린 전략 품목인 셈이다.
글로벌 D램 3사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은 HBM에서 비슷한 로드맵을 유지하고 있다. 2020년 HBM2E, 2022~2023년 HBM3, 2024년 HBM3E 출시에 이어 올해는 HBM4 양산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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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XMT는 그동안 저가형 DDR4 생산을 확대해 글로벌 시장에 가격 충격을 줬지만 최근엔 DDR4 생산을 중단하고 DDR5와 HBM 등 고부가 제품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기업공개(IPO)를 염두에 둔 수익성 강화 전략으로 해석된다.
CXMT가 2027년 출시 준비 중이라는 HBM3E는 지난해부터 우리 기업들이 양산 중인 제품이다. CXMT가 계획에 따라 제때 출시 하더라도 기술 격차는 3~4년은 벌어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CXMT의 HBM 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D램 전공정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본다. HBM이 D램을 수직으로 쌓아서 올려 데이터 처리 성능을 끌어올린 메모리인 만큼 D램 자체의 성능이 중요하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올해 1월 상향 조정된 미국의 수출 규제로 중국은 10나노급 1y(2세대) 이하 D램 생산 후 장비 반입이 불가한 상황”이라며 “HBM3 이상 제품 생산을 위해서는 10나노급 1z(3세대) 공정의 성공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장비 수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관련 장비 수출 규제 때문이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는 7나노미터 이하에 등 첨단 반도체에 필수적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외교 갈등이 심해지자 지난해 말 중국에 EUV 기계 반입도 금지했다.
이에 중국 기업들은 장비 수입이 어렵게 되자 직접 장비를 개발하는 등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자회사를 통해 우회하는 방식으로 장비를 수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와 연관이 있는 사이캐리어는 28nm(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노광장비를 개발했으며 DUV 장비의 SAQP(쿼드러프 패터닝)을 통해 5나노미터 칩 제조가 가능한 상태다. 중국 장비사의 매출액은 빠르게 늘어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