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에도 모셔널 6630억원 유증 참여

현대자동차가 미국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에 추가 투자를 결정하며 미래 모빌리티 시장 주도권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 배경에는 자율주행 기술 내재화와 생태계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20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모셔널 증자 참여 승인의 건을 가결했다. 증자 규모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해당 증자 규모 건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5월 모셔널에 총 663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율을 기존 50%에서 85%까지 끌어 올린 바 있다.
현대차가 모셔널 증자를 결정한 지난달 로라 메이저 모셔널 최고경영자(CEO)는 경기 성남시 현대차·기아 첨단차플랫폼(AVP)본부를 방문했다. 메이저 CEO는 현대차그룹 연구진과 만나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동향과 모셔널의 중장기 전략, 협업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셔널은 2020년 현대차그룹과 미국 자율주행 기업 액티브가 각각 2조8000억 원을 출자해 설립한 합작사다. 지난해 말 기준 모셔널의 장부가액은 1조9550억 원이며,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5890억 원을 기록했다. 기술적인 성과는 아직 미진하다. 모셔널은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산타모니카 등에서 운영하던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중단했다. 미국 기술컨설팅업체 가이드하우스가 발표한 2024년 자율주행 업체 기술 순위에서도 모셔널은 기존 5위에서 15위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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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모셔널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단기적인 수익성보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자율주행 기술의 독자적인 생태계 구축과 시장 우위 확보를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테슬라, 웨이모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로보택시 등 자율주행 시장 선점을 위해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는 가운데 자체 기술력과 플랫폼을 확보하지 못하면 향후 시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자율주행과 로보택시를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대규모 투자와 글로벌 파트너십, 소프트웨어 중심의 체질 전환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정 회장은 2020년 회장 취임 당시 자율주행·도심항공교통(UAM)·로보틱스를 미래 사업으로 선정하며 “로보틱스·UAM 같은 상상 속 미래를 빠르게 현실화해 인류에게 한 차원 높은 삶의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3월에는 AVP를 찾아 “현대차그룹은 하드웨어 중심이었지만 이제 소프트웨어기반차량(SDV)으로 전환하는 만큼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도 외부 업체보다 더 깊이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