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가 퇴학 처분 중 그 사유를 특정하지 않았다면 절차상 하자가 있기 때문에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고은설 부장판사)는 고등학교 2학년 때 퇴학처분을 받은 A 씨가 학교장을 상대로 제기한 퇴학 처분 무효확인 등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A 씨는 학교 축제에서 기본 품행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퇴학 처분을 받았다. A 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청구했다.
학교 측은 “A 씨 등이 축제 당시 강당 문을 발로 차고 앞자리에 앉겠다며 드러눕거나, 허락 없이 강당 스탠드에 올라가고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여학생들에게 모욕적 언사를 하는 등 품행을 준수하지 않아 퇴학 처분을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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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법원은 학교의 퇴학 처분 과정에서는 이 같은 처분 사유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등 절차상 하자가 있어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특별선도위원회에서도 다른 학생들의 진술서나 설문조사에 적힌 내용과 피고가 징계 사유로 삼는 내용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채 논의가 이어지다가 뒤늦게 처분 사유를 정리했다"며 "소송에 이르기까지 원고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지장이 초래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학교 측이 징계를 위한 정족수도 채우지 못했다고 봤다. 당시 학교 규정상 선도위에 출석한 위원 7명 가운데 3분의 2 이상인 5명 이상이 찬성해 징계 수준을 결정해야 했다. 그러나 퇴학 처분 당시 학교 측은 5명만 표결에 참여해 4명 찬성으로 의결정족수를 충족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3분의 2 이상인 5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 징계 양정을 결정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며 "퇴학 처분은 의결정족수의 하자가 있다"고 취소 사유가 된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