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 상가 넷 중 하나는 비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서 공실로 남아 있는 상가가 가장 많은 것이다. 유동인구 부족과 상권 자생력 한계가 드러나면서 사실상 '유령상가 도시'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5년 1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세종시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25.2%로 전국 평균(13.2%)을 한참 웃돌았다. 이는 전국 주요 도시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중대형 상가 4곳 중 1곳이 비어 있는 셈이다.
소규모 상가(7.8%)와 집합 상가(13.6%) 공실률 역시 모두 전국 평균(소규모 7.3%, 집합 10.3%)을 상회했다.
공실률이 높으니 임대료 역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세종시의 상가 임대가격지수는 지난해 4분기 대비 2.3% 하락해 전국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투자수익률은 –0.18%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세종의 공실률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출범 초기부터 ‘주말 유령도시’, ‘밤에는 불 꺼지는 도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인구 증가와 함께 점차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2024년 하반기부터 전국적으로 자영업자 폐업이 급증하면서 가뜩이나 유동인구가 적은 세종의 상가 공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세종 소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은 임대 문의 자체가 거의 없고 기존 세입자들도 장사가 안돼 하나둘씩 나가는 상황”이라며 “공무원들은 퇴근하면 대부분 외부 소비를 안 하니까, 점점 상권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중심 도시 구조의 한계를 지적했다. 뚜렷한 인프라 없이 단순 기관 이전만 해 놨기 때문에 결국 시민들도 지역 상가를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세종시는 업무 기능만 이전시켰을 뿐, 생활·상업·문화 인프라가 동반되지 않았다”며 “게다가 도시 주 수요층이 공무원 중심이다 보니 소비 패턴도 제한적이고 퇴근 이후에는 상권 이용이 거의 없어 자생적 소비 구조가 약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