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시장 수요 연 평균 50%↑…성장 견조
낸드 회복세 이어져…기업용 SSD 지속 선도
M15X 4분기 오픈…용인 1기 팹은 27년 2분기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거둔 성과는 단순한 분기 실적 호조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범용 메모리 중심 구조에서 고부가가치 메모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데다. HBM을 둘러싼 경쟁에서 SK하이닉스가 한발 앞서갔다는 게 시장의 진단이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올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HBM3E(5세대) 12단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HBM4(6세대)도 조기 양산해 시장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미래 수요를 위한 신규 팹 투자 역시 지속할 방침이다.
24일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HBM3E 12단 전환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면서 “2분기에는 전체 HBM3E 출하량 절반 이상이 12단 제품에서 판매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HBM3E 12단의 탁월한 제품 경쟁력으로 인해 고객 수요는 불확실성에도 견조한 상황”이라며 “고객 수요에 원활히 대응하기 위해 기존 팹의 제품 믹스를 최적화하고, 자원의 재배치를 하는 등 HBM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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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HBM 덕택에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선두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매출 점유율 36%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삼성전자(34%)를 제쳤다.
SK하이닉스는 HBM 수요가 2028년까지 평균 약 50%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 적기에 대응하기 위해 SK하이닉스는 HBM4를 조기 양산하는데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김 부사장은 “HBM4는 내년에 주력 제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HBM 개발과 양산 경험을 기반으로 조기 양산을 위한 개발과 고객 인증 절차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올해 내 양산 준비를 마칠 것이다. 내년 공급 물량에 대해서는 상반기 내 주요 고객과 연간 물량에 대한 가시성을 확보하고, 이후 다른 고객과 협의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앞서 지난달 세계 최초로 HBM4 12단 제품 샘플을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제공했다. 또 HBM4는 엔비디아의 내년도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루빈’에 대량 탑재될 것으로 관측된다. 루빈에는 HBM4 12단이 8개 적용된다.

SK하이닉스는 낸드 가격 역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고부가 제품 위주의 사업 전환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석 SK하이닉스 낸드마케팅 담당은 “낸드 공급사들이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보수적인 생산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서 가격 하락 압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며 “가격 회복 흐름은 공급사 감산 기조와 낸드 고용량화 수요가 맞물리며 단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생성형 AI의 추론 서비스 수요 및 높은 품질 서비스 요구가 늘면서 데이터센터 내 추가적인 메모리나 인프라가 필요해졌다”며 “향후 초고용량 eSSD 시장까지 지속 선도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미래 준비를 위한 생산설비 투자도 이어나갈 방침이다. 김 부사장은 “용인 1기 팹과 청주 M15X 공사는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며 “용인 1기 팹은 1분기 착공해 2027년 2분기 준공을 목표로, M15X는 올해 4분기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성능 D램 전용 팹 확충을 통해 생산 인프라 측면에서도 차별화된 계획 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정부의 반도체 품목 관세 부과가 시장의 큰 리스크로 지목된다. SK하이닉스는 공급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전체 매출 가운데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로 높은 상황이지만, 미국의 직접 수출 비중이 높은 편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관세 발효 시점에 고객과 협의해서 고객 공급 안정성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