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전반 수입제한 여부 조사
관세 부과 시 공급망 혼란·국민 비용 증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와 의약품을 대상으로 관세 부과를 위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들 품목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무역 전쟁이 더욱 격화할 우려가 있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및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과 ‘완제의약품을 포함한 의약품 및 의약품 원료 수입’이 미국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음을 알리는 정식 공고문 2건을 16일 연방정부 관보에 공식 게재한다고 발표했다. 두 조사에 대해 정부는 16일부터 앞으로 21일간 의견을 공모한다. 상무부에 따르면 두 조사는 이미 1일 시작됐다.
이번 상무부 조사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것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국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는 수입제품에 대해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상무부는 이번 조사에서 수입이 특정 국가에 집중돼 있지 않은지, 수출국들이 보조금 등 불공정 무역 관행을 하는 것은 아닌지 등을 조사한다. 법안에 따르면 상무장관은 270일 이내에 조사 결과를 제출해야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더 빨리 완료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전날 “반도체 관세가 아마 1~2개월 안에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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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관련 조사 대상에는 반도체 기판, 웨이퍼, 범용 반도체, 최첨단 반도체, 미세전자, 반도체 제조 장비 부품 등이 포함됐다. 상무부는 “전자제품 공급망을 형성하는 제품처럼 반도체를 내장한 다운스트림 제품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다만 스마트폰 등 구체적인 제품명은 언급하지 않았다.
의약품 조사 대상에는 완제약, 원료의약품(API)과 같은 핵심 원료, 백신, 항생제 등 공중보건위기에 대한 의료 대응책 들이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의약품에 부과하는 관세 발표에 대해 “먼 미래가 아니다”라며 “제약회사들은 중국이나 아일랜드에 있는데, 미국으로 생산을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반도체와 의약품의 해외 생산을 국가안보 위협으로 비난하면서 해당 제품의 미국 제조를 되살리기 위해 관세를 도입할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관세는 공급망 혼란과 미국 국민의 비용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반도체는 자동차, 항공기, 휴대전화 등 모든 제품에 필수적이다.
전 세계 기업들도 막대한 타격을 받게 된다. 한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 첨단 반도체 업체들은 가격 인상과 마진 축소를 피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네덜란드 ASML로부터 수입하는 반도체 제조장비에 관세가 부과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 비전도 차질을 빚게 된다.
제약사들이 의약품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기는 데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마르타 워신스카는 “제약사 신공장은 10억 달러(약 1조42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들고 인허가를 포함한 입지 확정까지 3~5년이 걸린다”고 분석됐다. 생산 이전이 조기에 진행되지 않으면 관세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고, 생활에 필요한 의약품 가격 상승은 미국 저소득층 빈곤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