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해외 투자 반갑지 않은 까닭 [데스크 시각]

입력 2024-04-16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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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배터리 등 국내 주력 산업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이어진다. 각종 시장조사업체에서 발표되는 보고서나 수출입 통계 지표 등에서도 위기 상황이 감지된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반가운 뉴스가 없다. 한때 세계 시장을 호령했던 일본 전자업체들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크다.

 이런 상황에 눈길을 끄는 보고서를 하나 발견했다. 한국무역협회가 15일 ‘이차전지 수출 변동 요인과 향후 전개 방향’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배터리 수출 감소는 해외 생산 확대의 결과물이며, K-배터리 경쟁력은 이상이 없다는 희망 섞인 보고서다.

 연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중국 업체의 추격에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위기를 겪다 스러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접하고 있던 상황에서 나름 위안을 찾을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보고서는 지난해 이차전지 수출이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으나 이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해외 생산 확대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대비 29.6%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해외 공장에서 생산 후 판매되는 배터리는 국내 통관을 거치지 않으므로 수출 금액으로 집계되지 않기 때문에 착시 효과를 가져왔다는 해석이다. 결국 수출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국내 배터리 3사의 해외 생산 비중이 높아지며 국내 생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내 수출입 상황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한국무역협회의 보고서인 만큼 당연히 수치도 정확했을 것이고, 해석도 틀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보고서를 보면서 K-배터리의 위상이나 수출 감소에 대한 걱정을 지우지는 못했다. 오히려 또 다른 우려가 불안을 더 키웠다. 국내 수출 기업을 대표하는 협회에서 해외 생산량이 늘어난 것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는 상황인식이 더 걱정됐다. 협회 성격상 정부도 비슷한 인식을 갖고 있겠다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국내기업이 해외 생산거점을 늘려야 하는 이유와 이를 ‘강 건너 불구경’처럼 방치하는 상황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런 상황은 배터리뿐만이 아니다.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며칠 전에도 삼성전자가 미국 내 반도체 투자 규모를 440억 달러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투자액(170억 달러)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한화로 따지면 60조 원이다.

 말 그대로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물론 삼성전자는 투자의 대가로 64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글로벌 경쟁을 위해, 수요가 있는 곳에서, 특히 대규모 보조금 혜택까지 받으며 기업이 해외로 나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런 상황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익을 취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단지 그 상황을 방치하고, 천문학적 투자의 일부라도 국내로 돌릴 수 있도록 하는 고민과 실행이 뒤따르지 못하는 부분이 안타깝다.

 단순하게 생각해 보자. 미국에 투자하는 440억 달러의 투자 효과는 누가 더 많이 누릴까. 해당 사업장에서는 누가 근무하게 될까. 일자리에서 얻어지는 임금은 어느 나라에서 사용될까. 각종 세금은 어느 정부가 더 많이 가져갈까. 아무리 많은 질문을 던져봐도 아주 기쁘고, 유쾌한 답을 찾을 수가 없다.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도 끝났다. 이제는 국회도, 정부도 일할 시간이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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