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 퇴마? 오컬트의 진수?…영화 ‘파묘’를 보는 두 가지 시선 [이슈크래커]

입력 2024-02-2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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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 ‘파묘’ 스틸컷)
▲(출처= 영화 ‘파묘’ 스틸컷)
‘묘벤저스’라고 들어보셨나요? 거액의 의뢰금을 받고 묘 이장에 나선 영화 ‘파묘’의 주인공들을 일컫는 말인데요. 대한민국이 지금 ‘묘벤저스’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파묘’는 개봉 4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 흥행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이는 누적 관객 수 1310만 명을 기록한 영화 ‘서울의 봄’보다 이틀 빠른 속도라고 하는데요. ‘파묘’를 향한 뜨거운 관심에 숏박스, CJ CGV 등 ‘파묘 수혜주’까지 등장할 정도입니다.

영화의 흥행과 함께 장재현 감독의 영화세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2015년 그의 장편영화 데뷔작 ‘검은 사제들’을 흥행시키며 관객과 평론가들에게 강력한 첫인상을 남긴 장 감독은 2019년 발표한 영화 ‘사바하’로 한국에서 오컬트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감독으로 통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번 ‘파묘’는 그런 장 감독식 오컬트 물의 ‘진수’로 꼽히고 있고요. 그러나 호평과 함께 한국의 장례문화나 무속신앙을 중심으로 전개될 줄 알았던 영화 내용이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 당황스러웠다는 평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화 내에 등장한 민족주의적 색채가 그 이유인데요. 영화 ‘파묘’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에 대해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영화 ‘파묘’가 파내고자 했던 것은 ‘아픈 역사’

▲(출처= 영화 ‘파묘’ 스틸컷)
▲(출처= 영화 ‘파묘’ 스틸컷)
‘파묘’는 무당 화림(김고은 분)과 그의 제자 봉길(이도현 분)이 의뢰인이 있는 미국 LA로 향하며 시작됩니다.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의뢰인의 집을 방문한 화림은 그 병의 원인이 조상의 묫자리임을 단번에 알아차리죠.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최고의 풍수사 상덕(최민식 분)과 장의사 영근(유해진 분)을 설득해 묘 이장에 나서는데요. 그런데 묘를 파헤칠수록 그 묫자리에 박혀 있는 ‘무서운’ 기운에 주목하게 됩니다.

무속인과 풍수사, 장의사가 악지에 자리 잡고 있는 묘를 이장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영화 전반부가 전개된다면, 중반부 이후부터는 그 묫자리에 박혀있는 사연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바로 이 부분이 영화 ‘파묘’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입니다. 이 부분을 좋게 본 관객들은 장묘 문화와 한국 토속 무속신앙을 소재로 역사와 민족 이야기까지 건드린 장 감독의 ‘큰 그림’에 박수를 보내는 한편, 아쉽게 본 관객들은 영화 전반부와 후반부 사이에 ‘맥이 끊긴 것 같다’라는 감상을 내놓고 있는데요.

앞서 장 감독이 풍수지리와 무속신앙, 민족사를 엮어낸 것에 대해 “발톱의 티눈을 뽑아내듯 우리 과거의 아픈 상처와 두려움 같은 걸 뽑아버리고 싶었다”라고 이야기한 것을 고려하면 장 감독은 영화 ‘파묘’를 통해 한국 전통 장례문화가 주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해 냄과 동시에 지금까지도 깊게 자리하고 있는 ‘민족적 한’을 파내 버리는 장면을 연출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장 감독의 의도는 영화 속 인물들의 이름에서부터 드러나는데요.

‘노코멘트’라기엔 절묘한

▲(출처= 영화 ‘파묘’ 포스터)
▲(출처= 영화 ‘파묘’ 포스터)
영화 ‘파묘’의 주요 등장인물의 이름은 공교롭게도 독립운동가의 이름과 겹칩니다. 최민식이 연기한 풍수사 김상덕은 임시정부 국무위원을 지낸 독립운동가 김상덕 선생과 이름이 같습니다. 김상덕 선생은 일본과 중국에서 활약한 독립운동가로 조선독립청년단 대표, 임시정부 학무부차장 등을 역임하셨죠. 2.8 독립선언을 주도한 분으로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김고은이 연기한 이화림 역시 일제강점기에 활약한 독립운동가 이화림 선생과 이름이 같습니다. 이화림 선생은 조선의용대 여자복무단 부대장을 역임한 독립운동가로 김구 선생이 이끄는 애국단에서 활동하셨죠.

유해진이 연기한 고영근도 명성황후 살해에 가담한 우범선을 처단한 독립운동가인 고영근 선생을 연상시킵니다. 고영근 선생은 독립협회 및 만민공동회에서 활동하신 독립운동가로 근대개화 개혁 운동을 전개한 분입니다. 또한, 이도현이 연기한 윤봉길 역시 동명의 독립운동가를 연상시키죠. 가장 잘 알려진 독립운동가이기도 한 윤봉길 선생은 일왕의 생일날 행사장에 폭탄을 던져 일본 상하이파견군 대장 등을 즉사시키는 거사를 치르고 현장에서 체포돼 총살됐습니다.

이외에도 극 중 등장하는 오광심과 박자혜 등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분들과 동명이인인 인물들이 다수 등장합니다. 이화림과 김상덕의 자동차 번호와 운구차 번호가 각각 0301, 0815, 1945라는 점은 더욱 절묘하죠. 위와 같은 영화적 요소들에 대한 질문에 장 감독은 “등장인물 이름에 대해서는 노코멘트하겠다”라고 답했습니다. 번호판에 대해서도 “우연이다. 미술팀이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라고 덧붙였고요.

그러나 장 감독의 “노코멘트”라는 답이 무색하게 관객들은 이미 ‘파묘’ 속 주요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의도된 이름이라고 기정사실화 하고 있습니다. 모든 주요 인물의 이름이 독립운동가와 일치한다는 점과 영화의 주제를 고려할 때 우연히 일치하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죠.

또한, 땅에 이순신 장군이 그려진 100원짜리 동전을 던지는 것을 두고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 역할을 연기한 최민식을 염두에 두고 선택한 것이라는 해석이 등장했는데 이에 대해 장 감독은 “보통 10원짜리를 던지는데 10원짜리를 던지면 흙과 색이 비슷해서 잘 안 보인다”라며 “그렇다고 500원짜리로 할 수는 없어서 결국 100원짜리를 선택한 것인데 얻어걸렸다”라고 명확히 했습니다.

한국형 오컬트 영화 역사 쓴 ‘파묘’

▲장재현 감독 (출처=쇼박스)
▲장재현 감독 (출처=쇼박스)
영화 ‘파묘’ 후반부에 강조된 민족주의적 요소에 아쉬움을 드러내는 관객들도 분명 존재하지만, 장재현 감독이 ‘파묘’를 통해 ‘오컬트 장인’이라는 명성을 다시 한번 입증해 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이 우세합니다. 장 감독이 직접 이장 현장을 15차례 따라다니며 체득한 것들을 영화에 녹여낸 것이 빛을 발한 것일까요.

영화 개봉 이후 ‘파묘’의 오컬트적 요소에 관한 극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풍수지리와 무속신앙 등 한국적 요소를 활용해 오컬트 장르의 신지평을 열었다는 평과 함께 ‘컨버스 신고 굿하는 무당’, ‘MZ 무당’ 등의 신선하고 힙한 요소를 작품에 잘 녹여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카메라 4대로 촬영한 김고은의 대살굿 장면은 35년 차 배우인 최민식 마저 “저러다 일 나는 것 아닌가”하고 걱정할 정도로 생생하게 촬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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