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문서 파쇄’ 지입차주도 근로자…산재 처리해야”

입력 2024-02-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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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업자 형태로 일한 지입차주 ‘근로자성’ 여부 쟁점

“계약 형식보다 근로제공 관계 실질 따져봐야”
임금 목적으로 종속관계서 사용자에 근로제공

운송회사 화물차의 지입차주가 하청 받은 ‘문서 파쇄’ 업무를 수행하던 중에 사고를 당했다면 산업재해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개인사업자 형태로 일하는 지입차주에 대해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화물차주 A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원고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고 22일 밝혔다.

A 씨는 운수회사와 적재량 8톤 화물차를 지입하는 내용의 화물자동차 위수탁관리 운영계약을 체결하고 2012년부터 이 운수회사가 B 사로부터 위탁받은 문서 파쇄 및 운송 업무를 수행했다. A 씨는 2017년 7월 서울 강남구 한 업체에서 문서 파쇄를 하던 중 파쇄기에 손이 빨려 들어가면서 왼쪽 손가락 일부가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A 씨는 B 사 소속 근로자로서 업무를 수행하다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2018년 2월 A 씨가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종속적인 관계에서 B 사에 노무를 제공하는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요양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근로자에 적용되는데, 근로자성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해야 인정된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지입차주는 사업자 등록을 하는 등 사업주로서 외관을 갖춰 근로자라고 볼 수 있는지가 문제 됐다. 1심 법원은 A 씨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2심 역시 같은 논거로 원고 항소를 기각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A 씨가 일정한 자본을 투자해 차량을 인수한 지입차주로서 위탁 계약과 지입 계약을 매개로 B 사의 문서 파쇄 및 운송 업무를 수행한 데 대한 용역비를 받았을 뿐,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종속관계에서 B 사에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해당하기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을 모두 뒤집어 사건을 깨고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말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용자가 근무 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받는지, 보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가적 성격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도급 계약이 체결됐더라도 임금을 B 사로부터 받았고 △A 씨가 지출하는 비용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금을 B 사가 부담했으며 △B 사 소유 파쇄장비가 설치되고 A 씨의 차가 B 사의 문서 파쇄 업무를 위해서만 사용될 수 있던 점 등을 감안할 때, 원심 판결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및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지적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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