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노조 “노동개혁 찬성, 69시간 반대...관례까지 개혁해야” [인터뷰]

입력 2023-04-0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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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시영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부의장 인터뷰
“노동개혁은 ‘비정상화의 정상화’”
“주69시간제 현실성 부족...대부분 기업 대체복무자 없어”

▲송시영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MZ노조) 부의장이 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카페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송시영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MZ노조) 부의장이 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카페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욕설을 한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죠. 저희는 8명으로 시작해 2000명(서울교통공사 기준)이 됐습니다. 비난을 걱정하는 것보다 시작을 먼저 하는 게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라 생각해요”

5일 마포구 합정동 근처 카페에서 송시영(31)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부의장(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동조합 위원장)을 만났다. 새로고침 노협은 노동조합과 조직된 사업장 내 불합리함을 타파하기 위해 지난 2월 21일 공식 출범했다. 금호타이어 사무직노조, 부산관광공사 열린노조,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코레일네트웍스 본사 일반직노조, 한국가스공사 더코가스노조, LG에너지솔루션 연구기술사무직노조,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노조, LS일렉트릭 사무노조 등 8개 노조가 모여 시작한 노협은 한 달 만에 8000명 이상의 조합원이 생길 만큼 주목을 받고 있다.

출근하기 전 잠시 시간을 냈다는 송 부의장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MZ 노조’로 이름이 알려지자 새로고침 노협에 가입하고 싶다는 문의나 각종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을 때 변명하기는 싫었다. 비록 힘은 미약하지만 ‘행동했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송 부의장은 노동개혁을 ‘비정상화의 정상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 현장에서 일어나는 불법적인 행위나 관례, 노사 모두 개혁의 대상”이라며 “예를 들어 회계 투명성 등은 너무나 당연하였기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송시영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MZ노조) 부의장이 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카페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송시영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MZ노조) 부의장이 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카페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하지만 ‘주 69시간 근로제’에 대해서는 “‘근로시간의 유연화’가 아니라 ‘연장근로의 유연화’이기 때문에 반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취지는 공감한다. 누군가는 연장근로가 필요한 직종이 있을 것이고, 연장근로를 원하는 노동자도 있을 텐데, 연장근로 범위를 확대해서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하는 좋은 사례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문제는 일부 사업장을 위해서 전체 노동 시장에 오남용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부의장은 “집중근로를 해서 다음 주나 다다음주에 쉬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대체근무제가 필요하다”며 “그런데 대부분 기업이 대체근무자에 대한 확보가 안 돼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가 집중근로가 필요한 사업장을 키워주려는 것이 목적이라면 특례법이나 조례 제정을 통해서 해당 사업장에만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호봉제를 없애고 업무에 따라 임금을 책정하는 직무급제 도입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송 부의장은 “열심히 일한 사람들에게 일한 만큼 공정한 보상을 주자는 것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공정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공기관에 계신 분들은 영리를 추구하는 회사 일도 아니고, 일에 대해서 계량화, 측량화를 할 수가 없다”며 “결국 평가하는 분들은 기성세대다. 평가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들이 생길 수도 있다. 젊은 세대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직무급제를 좋아할 것이라 예상하는 데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성과급제를 도입했을 때 누가 봐도 ‘공정하다’라는 제도를 먼저 안착시키는 것이 우선일 것 같다”며 “다면평가제를 도입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송시영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MZ노조) 부의장이 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카페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송시영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MZ노조) 부의장이 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카페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새로고침 노협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송 부의장은 최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비롯해 여야 정치인들과 간담회를 했다. 그는 “대부분 경청하는 입장이었다”며 “정부가 내놓은 법안을 왜 반대하는지부터 무엇이 걱정인지, 보완됐으면 하는 점이 무엇인지, 또 앞으로 방향은 어떻게 돼야 하는지를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달 24일 ‘청년 당정대’(당·정부·대통령실)와 치맥 회동 당시 전화를 걸어왔던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시장 내 현실 등 우려되는 여러 가지 부분들을 관계자들에게 잘 말해달라. 그래야 좋게 나라가 흘러갈 수 있도록 정책에 잘 반영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고 했다.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송 부의장의 정계 진출설도 나온다. 그는 “저급한 정치 선동”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저희는 노동개혁 법안을 내놓은 사람들에게 ‘이것이 잘못됐다’고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이분법적인 사고로 누구는 국민의힘을 만나고, 누구는 민주당을 만났다는 식의 얘기는 사회가 건전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로고침 노협은 조합원의 권익 향상을 위해 활동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그는 “여러 간담회를 준비하고 있다”며 “연장근로 유연화에 대한 정책에 찬성하는 노동자들도 있고, 그런 분들과 간담회에서 의견 수렴을 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또 우려되는지를 종합적으로 듣고 정부에 전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송 부의장은 “저는 뒤에서 가만히 있는 것보다 앞에 나서서 당당하게 요구하는 게 노동조합이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출범 초기인 만큼 여러 활동들을 하면서 저희 색깔을 잡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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