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남의 성과급, 저도 궁금하지 않아요

입력 2023-02-08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알면 쓸 수 있는, 알고도 쓰지 않을 수 없는 기업 성과급 기사를 쓰고자 몇 날 며칠을 몰두한 적이 있다. 연초 기업들의 ‘성과급 잔치’ 시기가 되면 산업부 기자들은 바빠진다. 누가, 얼마나 받는지는 이 업계에선 나름 귀한 ‘단독 기삿거리’이기 때문이다. 연례행사에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운다. 아쉽게 놓친 적도 있고, 5분 차이로 단독을 달기도 했다. 친구부터 군대 선후임, 친구의 매형까지 동원하는 나름대로 치열한 취재가 있었다.

하지만 그 끝엔 씁쓸함도 묻어난다. 한 지인으로부터 “네가 받는 돈도 아닌데 왜 그렇게 신경 쓰냐”라는 악의 없는 질문을 받았을 땐 머리가 복잡했다. “남이 돈 받는 게 기사야?”라는 말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성과급은 보통 전년 영업이익을 기반으로 책정된다. 반도체 업계는 지난해 4분기 꽤 어려운 시기를 겪었음에도 상반기 호실적 덕에 ‘무난히’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이 나왔다. 석유화학 업계 사정도 다르지 않다. GS칼텍스는 최근 임직원에게 기본 연봉의 50%, 현대오일뱅크도 기본급 100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LS그룹 계열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유통업체 E1은 지난해 말 기본급 대비 1500% 성과급을 줬다. 이들의 성과급은 최소 2000만 원부터 많게는 억대에 달한다.

사실 지인의 말대로 ‘개인적으로’ 누가 돈을 얼마나 받는지 궁금하진 않다. 오히려 기사 내 임직원들의 성과급과 내 통장에 찍힌 성과급을 비교하면 ‘현타’가 오기도 한다. 게다가 대기업에 종사하지 않는 국내 99%의 노동자들에게 쓴웃음만 남겼다는 사실에 마냥 유쾌하지도 않다.

내년에도 “00전자, 성과급 연봉의 00% 지급”과 같은 기사를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단순 단독 경쟁이나 씁쓸함만 남기고 휘발되는 기사가 아닌 성과급 기사에 어떤 의미를 담을 수 있을지 조금이나마 고민해보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쯔양·닥터프렌즈·닥터딩요와 함께하는 국내 최초 계란 축제 '에그테크코리아 2025' 개최
  • 쿠팡 영업정지 공식적 언급
  • 기대와 관망…연말 증시 방향성 ‘안갯속’ [산타랠리 ON & OFF①]
  • 트럼프 시대 공급망 재편…‘C+1’ 종착지는 결국 印 [넥스트 인디아 中-①]
  • 등본 떼는 곳 넘어 랜드마크로… 서울 자치구, 신청사 시대 열린다 [신청사 경제학]
  • 반도체 호황에도 양면의 장비 업계…HBM과 D램 온도차 [ET의 칩스토리]
  • “AI가 주차 자리 안내하고 주차까지"…아파트로 들어온 인공지능[AI가 만드는 주거 혁신①]
  • [AI 코인패밀리 만평] 매끈매끈하다 매끈매끈한
  • 오늘의 상승종목

  • 12.18 09:20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28,420,000
    • -1.45%
    • 이더리움
    • 4,223,000
    • -3.85%
    • 비트코인 캐시
    • 817,000
    • +0.68%
    • 리플
    • 2,778
    • -2.87%
    • 솔라나
    • 184,000
    • -3.82%
    • 에이다
    • 547
    • -4.2%
    • 트론
    • 417
    • +0.24%
    • 스텔라루멘
    • 315
    • -3.08%
    • 비트코인에스브이
    • 26,320
    • -4.84%
    • 체인링크
    • 18,270
    • -4.5%
    • 샌드박스
    • 172
    • -4.9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