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 올해 경영전략 살펴보니… ‘고객’·‘신사업’·‘ESG’·‘공급망’·‘M&A’

입력 2022-01-02 19:12 수정 2022-01-03 06:51

삼성·LG는 ‘고객 경험’에 방점
현대차, 미래차 시대 원년
SK, 올해 ‘ESG’경영 가속
공급망 관리 및 M&A에도 역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 미·중 경쟁 심화 등 경영 불확실성에 직면한 재계가 올해 과감한 조직 재편과 미래 먹거리 발굴 등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삼성과 LG는 ‘고객 경험(CX)’을 올해 핵심 경영 키워드로 삼는다. 현대차는 막연했던 중장기 미래차 전략이 현실화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SK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경영 확대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주요 기업들은 배터리 등 주요 신사업 분야에 역량을 집중한다. 공급망 불안 해소를 위한 조직개편 및 과감한 인수ㆍ합병(M&A)에도 나설 계획이다.

고객 가치 앞세운 삼성·LG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24일 오후 열흘 간의 미국 출장을 마치고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24일 오후 열흘 간의 미국 출장을 마치고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2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과 LG는 모두 고객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기존 조직에 더 큰 힘을 싣는 등 고객 최우선주의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먼저 삼성전자는 ‘삼성 생태계’를 중심으로 한 고객 경험을 강화한다. 지난달 단행한 조직개편 역시 고객 경험에 방점을 찍었다.

기존 소비자가전(CE)과 IT·모바일(IM) 부문을 통합하고 해당 부문의 명칭을 ‘DX(Device eXperience) 부문’으로 정했다. DX 부문 내 무선사업부 명칭도 ‘MX((Mobile Experience)) 사업부’로 변경했다. 이와 함께 CX·MDE센터를 신설했는데, CX와 멀티 디바이스 경험(MDE)이라는 개념을 합쳐 꾸린 조직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모두 고객 경험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뉴삼성’ 의지라는 시각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년사 영상 캡쳐 (사진제공=LG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년사 영상 캡쳐 (사진제공=LG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취임 후 4년 연속 신년사를 통해 ‘고객’을 외쳤다. 올해는 “가치 있는 고객 경험에 우리가 더 나아갈 방향이 있습니다”라며 이를 위해 일하는 방식을 혁신해 나가라고 당부했다.

조주완 LG전자 신임 CEO 역시 “차별화된 혁신기술과 사업모델을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향상하고, 고객에게 더 나은 삶과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지속 성장하는 것”이 궁극적인 지향점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지난달 조직개편에서 고객경험 고도화를 위해 CS(고객서비스)경영센터를 고객가치혁신부문으로 승격했다. 또 고객경험 기반의 신사업과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H&A사업본부와 HE사업본부 산하 고객경험혁신실을 고객경험혁신담당으로 격상했다.

미래차 현실화 나선 현대차… SK는 올해도 ESG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22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열린 청년희망ON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22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열린 청년희망ON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의 올해 경영전략 키워드는 세대교체를 앞세운 신성장 동력 확대로 모인다. 지난 반세기, 현대차그룹은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회장이 첫 삽을 들었던 건설에서 자동차로 경영 패러다임을 바꿔왔다. 이제 3세 정의선 회장을 시작으로 자동차에서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또다시 보폭을 확대하기 시작한 셈이다.

지난해 연말 임원 승진 인사를 따져도 이런 경영 전략이 본격화됐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정몽구 회장의 마지막 측근이었던 윤여철 노무담당 부회장이 퇴진하면서 이제 정의선 1기 체제가 본격화됐다. 동시에 젊은 연구ㆍ개발(R&D) 임원을 대거 등용하면서 미래 먹거리를 위한 발판을 다졌다.

이제 공장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전통적 제조업체를 벗어나 미래 첨단기술 집약을 통한 통합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모셔널과 올해부터 자율주행 음식 배달서비스 시장에 나선다. (사진제공=모셔널)
▲현대차그룹은 모셔널과 올해부터 자율주행 음식 배달서비스 시장에 나선다. (사진제공=모셔널)

정 회장은 올해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 구체화에 나선다. 자동차 기업에서 이동 서비스를 책임지는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속속 실체를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예컨대 현대차그룹과 미국 자율주행 기업 ‘앱티브’의 합작사인 모셔널은 올해부터 자율주행 음식 배달서비스 시장에 나선다.

모셔널은 우버 테크놀로지스와 손잡고 올해부터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에서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음식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다. 중장기 전략에 포함된 자율주행 기술이 성큼 일상생활로 다가온 셈이다.

더욱 공격적인 투자를 앞세워 친환경차와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올해 전략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세웠던 중장기 전략이 차질없이 진행 중”이라며 “세부사항에 일부 변경이 있을 수 있다. 다만 큰 그림은 계획대로 추진 중이고 올해부터 이런 전략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1 CEO세미나'에서 폐막 스피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1 CEO세미나'에서 폐막 스피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SK)

SK그룹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ESG 경영 확대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지배구조(G)가 중심이 될 전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SK㈜ 등 13개 관계사 사내이사,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몇 차례에 걸쳐 ‘거버넌스 스토리 워크숍’을 열고 지배구조 혁신 방안을 논의했다. 그 결과 계열사별 ‘이사회 중심 경영’ 체제를 확립하기로 했다. 이사회가 독립 의결기구로 권한과 책임을 갖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올해도 SK그룹은 지배구조 혁신을 중심으로 경영전략을 짜낼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공격적인 ‘배터리’사업 확대 나선 삼성·SK·LG

▲SK온 서산 배터리 공장 전경 (사진제공=SK온)
▲SK온 서산 배터리 공장 전경 (사진제공=SK온)

전기차 시대의 도래로 더욱 주목받고 있는 배터리 분야도 삼성, SK, LG가 올해 적극적으로 확대할 분야다. SK·LG·삼성 등 배터리 3개사 사령탑은 모두 그룹 핵심 인물이 새로운 수장에 앉았다.

SK에서 배터리 사업을 맡는 SK온의 신임 대표이사에는 최태원 회장 동생인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이 선임됐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전기차 시장에 붐이 일고 있다”라며 “2025년까지 배터리 생산 등에 150억 달러(약 17조80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도 구광모 회장의 조력자로 알려진 권영수 부회장을 배터리 사업에 투입했다. 권 부회장은 곧바로 코스피 역대 최대 규모 LG에너지솔루션의 IPO(기업공개)에 착수해 이번 달 상장을 앞두고 있다.

삼성SDI는 최근 전영현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최윤호 삼성전자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 경쟁이 격화되면서 경영 전략이 중요해졌다"며 "배터리 3사가 총수 일가, 그룹 내 입지가 탄탄한 핵심 인물을 전면에 배치해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급망 위기 벗어나자… M&A도 적극적

(연합뉴스)
(연합뉴스)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 이슈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신사업 확대를 위한 M&A에도 나선다.

삼성전자는 경영지원실 산하에 ‘공급망인사이트TF’, MX사업부 산하에 ‘구매전략그룹’, VD 사업부 산하에 ‘글로벌 운영팀’, 생활가전 사업부 산하에 ‘원가혁신TF’ 등 4개 조직을 신설했다.

LG전자도 ‘SCM실’을 ‘SCM 담당’ 조직으로 격상한 데 이어 최근에는 ‘반도체 개발·구매팀’과 ‘반도체 공급 대응 태스크’를 신설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인수합병(M&A)도 올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달 인사에서 부회장에 승진한 정현호 사업지원TF장을 중심으로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3년 이내에 의미 있는 M&A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이 차량용 반도체 업체나 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대규모 M&A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SK그룹 역시 투자 전문회사인 SK㈜ 의 장동현 부회장을 중심으로 M&A에 나선다. SK그룹 역대 최연소 사장으로 주목받은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 역시 굵직한 M&A를 다수 성사시킨 핵심 인재다.

LG그룹도 인공지능과 바이오, 헬스케어 등 여러 신사업 분야를 대상으로 지분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는 주요 대기업들이 안정보다는 파격적인 세대교체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며 "코로나19,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 대란 등 척박한 경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보수적인 경영 전략과 신사업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혼재하는 양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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