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잇단 불법 파견 인정…산업계 몰아치는 직접고용 쓰나미

입력 2021-07-08 16:08 수정 2021-07-0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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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현대위아, 하청근로자 직접고용하라”
향후 유사 소송 기업들 패소 가능성 짙어져
재계 “기업 존속 가능성 저해” 당혹

▲현대위아 비정규직 사태 해결을 위한 경기 대책위 회원들이 1월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현대위아 비정규직 불법파견 대법원 판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현대위아 불법파견 소송은 지난 2014년 평택지회가 현대위아를 상대로 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했다. 2016년 1심과 2018년 2심 모두 평택지회가 승소했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현대위아 비정규직 사태 해결을 위한 경기 대책위 회원들이 1월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현대위아 비정규직 불법파견 대법원 판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현대위아 불법파견 소송은 지난 2014년 평택지회가 현대위아를 상대로 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했다. 2016년 1심과 2018년 2심 모두 평택지회가 승소했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현대자동차 부품 계열사인 현대위아의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불법 파견 소송에서 7년 만에 승소했다.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라는 판결인 만큼 산업계에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와 포스코 등 불법 파견 여부에 관한 대법원 판결을 앞둔 국내 대기업들의 향후 패소 가능성이 짙어진 상황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8일 현대위아의 사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원청이 직접고용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현대위아→하청업체 근로자 구체적 지휘ㆍ감독

현대위아에 파견된 비정규직 직원들은 2014년 파견법이 허용하지 않는 제조업의 ‘직접 생산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2년을 초과해 파견 근로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파견 근로자가 파견 대상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 업무를 수행하면 사용사업주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반면 현대위아는 “원고들은 사내 협력업체 소속으로 지휘·감독을 받지 않기 때문에 근로자 파견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원청에서 파견한 근로자가 아닌 독립적인 사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이기 때문에 직접 고용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다.

현대위아와 사내 하청업체의 도급 계약에 따르면 하청은 원칙적으로 엔진 조립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기재됐다. 그러나 근로자들은 엔진 조립 업무 외에 가공 업무ㆍ출하 검사ㆍ자재 검수ㆍ외주 검사ㆍ공장 청소ㆍ도색 작업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다.

1ㆍ2심은 “사내 협력업체는 현대위아의 기준에 따라 물량과 도급 단가가 미리 정해지고, 그 기준에 의해 산정된 도급 대금을 수령할 뿐 스스로의 노력과 판단에 따라 독자적인 이윤을 창출할 여지가 사실상 봉쇄됐다”고 판단했다. 사내 협력업체와 통상적인 근로자 공급 업체와의 차이점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무 수행의 형태도 현대위아가 하청 근로자들에게 직ㆍ간접적인 지시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작업표준서, 중점관리표, 작업공정 모니터, 부품조견표의 구체적인 작업 지시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작업공정 모니터와 부품조견표는 구체적 사양에 따라 어떠한 부품을 조립해야 할지 결정하는 기준표이며, 작업표준서와 중점관리표는 결정된 부품으로 조립하는 방법을 기재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하청 근로자들에게는 작업표준서 등과 다르게 엔진을 조립할 재량이 없어 사실상 현대위아의 구체적인 작업 지시로 볼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도 “현대위아와 하청업체 사이의 도급 계약 목적이나 대상이 구체적으로 한정된 업무 이행으로 보기 어렵다”며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현대차ㆍ기아, 한국GM 등 직접고용 소송 영향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현대위아뿐만 아니라 불법 파견을 두고 법정 공방을 이어가는 현대차, 기아, 한국GM, 포스코, 현대중공업, 금호타이어 등 국내 대기업에도 향후 패소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차와 기아는 파견직 직원 493명이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한 후 현재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개인 소송을 제외하면 현재까지 현대차ㆍ기아의 파견직 직원 불법 파견 판결만 16번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도 지난해 6월 부평ㆍ군산ㆍ창원공장 협력업체 근로자 82명이 제기한 소송 항소심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다. 고용노동부는 한국GM 창원공장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774명을 불법 파견으로 인정해 직접고용을 지시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1월 협력사 직원 613명을 직접고용하고, 임금 차액과 지연손해금으로 약 250억 원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을 받았다. 이들 직원은 금호타이어와 도급 계약을 맺은 사내 협력업체 소속으로 이번 현대위아 당사자와 같다. 이 사건은 현재 광주고법이 심리 중이다.

재계, 산업 경쟁력 악화 우려…부담 감당 못 해

현대위아는 막대한 인건비 부담을 지게 됐다. 이번 소송의 당사자는 현대위아 비정규직 평택지회 소속 64명이지만 사업장에서 내연기관 부품 생산 업무를 하는 2000여 명의 협력사 소속 노동자에게도 파급력이 있을 전망이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현대위아 차량부품사업 부문에는 1029명의 직원이 소속돼 있다. 협력사 소속 직원 전체가 직고용되면 현대위아 기존 직원의 두 배 가까운 인력이 추가된다. 이들의 연봉을 낮게 잡아 2000만 원으로 계산하더라도 연간 40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탈 내연기관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있는 현대위아에 막대한 부담이다. 현대위아는 지난해 전년 대비 29% 감소한 72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데 그쳤다.

현대위아 관계자는 “모빌리티 시장의 급격한 변화와 코로나 펜데믹으로 수년째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업의 존속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시점에서 이번 판결로 발생할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매우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재계는 이 같은 판결이 산업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금도 국내 제조업은 고임금 문제가 심각해 기업 경쟁력 하락 등의 문제를 낳고 있는데, 무차별적으로 직접고용 리스크를 떠안으면 기업이 감당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한국과 달리 독일, 일본, 미국, 영국은 제조업에서도 파견이 허용돼 원청에 직접고용을 강제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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