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3기 신도시 삽니다!'

입력 2021-07-05 06: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여의도나 잠실을 빼놓고 한국 신도시사(史)를 쓸 순 없다. 50여 년 전만 해도 여의도는 모래밭, 잠실은 각각 뽕밭이었다. 어두운 면도 있지만 이들 지역을 아파트숲으로 가꾼 덕에 서울은 사대문 안 과밀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정권마다 집값 잡을 해법으로 신도시 건설을 들고 나왔던 건 이때 얻은 경험에서다.

모래밭ㆍ뽕밭이 집값 상승을 이끄는 '요주의 지역'이 될 거라고 내다본 사람이 얼마나 있었겠나. 지금은 20억 원이 훌쩍 넘는 여의도 시범아파트만 해도 한동안 미분양 신세였다. 공공이 짓는 아파트에 대한 불신 탓이다. 서울시장이 거리에서 분양 전단을 나눠줘야 했을 정도다. 양택식 전 시장은 "여의도 시범아파트 선전 삐라를 들고 가두에 섰을 때가 가장 비참한 심경이었다"고 회고했다.

잠실 개발도 어렵기 마찬가지였다. 1000가구 넘는 대단지를 5~6개월 만에 지었다. 속도에 쫓겼지만 설계나 자재, 조경 등은 당시 최첨단 기법을 썼다. 대한주택공사(LH의 전신)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양 전 시장은 현장 담당자에게 "잠실 단지에 사는 아이들에게 '너 어디 사느냐'고 물었을 때 '잠실 단지에 삽니다'라고 떳떳하게 대답할 수 있도록 충실히 일을 하라"고 호령했다.

그는 "그 집을 지은 지 10여 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슬럼화됐다는 소문은 없지 않나? 정말 깨끗하게 살아준 주민들에게 감사하고 싶다"고 잠실 개발 당시를 떠올렸다. 여의도나 잠실이 모두가 살고 싶은 도시가 된 건 양 전 시장 같은 공직자 공이 크다고 생각한다.

다음 주면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시작된다. 집값 잡기에 연전연패한 문재인 정부엔 마지막 승부처다. 지금도 신도시 개발 여건은 어렵다. 공공 주도 개발은 여전히 불신받고 있고 서울 아파트 선호 현상은 공고하다.

3기 신도시 아이들이 떳떳이 자랄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면 3기 신도시는 성공할 수 없다. 필요하면 국토교통부 장관이 분양 전단이라도 나눠주며 국민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 50년 전 여의도와 잠실을 만들었던 마음이 필요한 때다.

※참고: 손정목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2003)'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탈모 1000만명 시대 해법 논의…이투데이, ‘K-제약바이오포럼 2026’ 개최[자라나라 머리머리]
  • 김민석 총리 “삼성전자 파업 땐 경제 피해 막대”…긴급조정 가능성 시사 [종합]
  • 8천피 랠리에 황제주 11개 ‘역대 최다’…삼성전기·SK스퀘어 합류
  • 20조 잭팟 한국인의 매운맛, 글로벌 겨냥 K-로제 '승부수'
  • 삼전·닉스 ‘몰빵형 ETF’ 쏟아진다…반도체 랠리에 쏠림 경고등
  • 월가, ‘AI 랠리’ 지속 낙관…채권시장 불안은 변수
  • 돌아온 서학개미…美 주식 보관액 300조원 돌파
  • 빚투 30조 시대…10대 증권사, 1분기 이자수익만 6000억원 벌었다
  • 오늘의 상승종목

  • 05.1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16,495,000
    • -0.15%
    • 이더리움
    • 3,260,000
    • +0.34%
    • 비트코인 캐시
    • 614,000
    • -1.44%
    • 리플
    • 2,109
    • -0.09%
    • 솔라나
    • 128,800
    • -0.39%
    • 에이다
    • 379
    • -0.26%
    • 트론
    • 532
    • +0.57%
    • 스텔라루멘
    • 226
    • -0.44%
    • 비트코인에스브이
    • 22,870
    • -1.46%
    • 체인링크
    • 14,500
    • -0.28%
    • 샌드박스
    • 108
    • -0.92%
* 24시간 변동률 기준